경영자립+안전운영 일본 배울점은 배우자
일본 모노레일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미래다. 일본의 50년 앞선 경험은 개통을 앞둔 3호선에 좋은 가르침이 된다.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와 쌓아온 노하우는 3호선이 '벤치마킹'해야 할 값진 본보기다. 일본의 자립할 수 있는 경영환경과 안전을 위한 고집,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꼼꼼함, 예산을 아끼기 위한 노력 등은 물론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식까지, 앞으로 대구 3호선이 새겨야 할 점을 짚어봤다.
◆자립할 수 있는 경영환경
일본 모노레일은 운영비를 이원화해 도시철도회사가 자립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도시철도 대부분은 주식회사 형태인데, 도쿄모노레일은 동일본철도회사(East Japan Railway Company)가 지분의 79%를 가지고 있고, 오키나와모노레일은 지자체가 80%를 출자해 만들었다.
운영회사들은 전동차와 소모품, 전기 등 인프라 이외 부분에 대한 운영비용을 부담한다. 교각, 궤도 빔 등 인프라에 대한 설치'운영 비용 대부분은 국가나 지자체가 맡기 때문에 흑자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역사도 건물과 시설물, 계단, 통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국가의 몫이다. 역무실과 개'집표기 등에 들어가는 비용만 운영기관이 낸다.
일본 모노레일의 요금은 대구와 비교했을 때 비싼 편이고, 거리에 비례해 매겨진다.
요금이 비싼 이유는 기본요금이 수송원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본요금 200엔(1천800~2천원)을 기준으로,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70엔 수준이다. 즉 원가에 맞게 요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경영수지를 개선하는 데 유리한 것이다.
거리에 따라 요금도 다르다. 도쿄는 17.8㎞ 구간을 190~470엔, 오키나와는 12.9㎞ 구간을 110~330엔으로 각각 세분화했다. 이 두 곳의 최고 요금은 한화로 치면 3천~4천원으로, 23.2㎞ 전체 구간을 이용하더라도 1천200원만 내면 되는 대구가 훨씬 싸다.
이는 '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더 먼 곳을 가는 사람이 더 많은 요금을 내고, 짧은 거리를 가는 사람은 그에 맞는 요금을 내는 것이다. 이와 달리 대구는 단일요금제로 이동 거리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요금을 낸다. 짧은 거리를 가는 사람은 손해, 긴 거리를 가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방식이다.
◆50년 동안 쌓은 값진 경험
일본 모노레일의 특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동차를 기관사가 수동으로 운전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기관사가 출발과 도착, 주행 중 속도 유지 등을 직접 담당한다. 전동차 안이나 승강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가장 먼저 파악해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기관사는 교대로 하루 5, 6시간씩 운전한다.
도쿄의 경우 전동차 기관실엔 기관사가 볼 수 있는 화면모니터 3개가 있다. 이 화면에는 전동차 앞과 뒤, 중간 부분의 모습이 CCTV를 통해 담긴다. 이를 통해 6량이나 되는 긴 전동차의 승'하차 상황을 살핀다. 오키나와는 전동차가 2량으로 짧기 때문에 기관사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용객 탑승 여부를 눈으로 확인한다. 또 직접 출발 마이크를 잡고 출발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한다.
이는 대구 3호선과 비교되는 점이다. 3호선 전동차는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무인자동으로 운행된다. 구간이나 지점별로 가속이나 감속, 적절한 속도 등이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단 전동차와 승강장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격증이 있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한다. 안전요원은 평소에는 직접 운전을 하지 않지만 비상상황에선 일본처럼 직접 운전을 하게 된다. 무인운전의 단점을 현장 대응이 신속한 일본 유인운전의 장점으로 보완하기 위한 절충안인 것이다.
안전운영을 위한 일본의 노하우는 세세한 부분까지 눈여겨봐야 한다.
도쿄모노레일은 차량 정비 일부에 대해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안전과 직결된 차량 핵심기술부분은 자체 인력이 맡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전기와 신호 등 핵심기술부분의 정비를 외주로 할 경우 사고와 고장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주 정비 인력은 모노레일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책임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서다.
궤도 빔 충돌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도쿄에서 1971년 화물차가 적재함을 올리고 주행하다 궤도 빔을 충돌해 균열이 발생한 사고가 있었고, 당시 궤도 빔을 교체했다. 이후 대책으로 도로관리자와 교통관리자가 협의해 차량 높이를 제한하는 구조물을 설치했다. 또 접촉을 감지하는 가는 선을 설치해 차량 등이 닿을 경우 종합사령실에서 곧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절약 노하우와 시민의식도 배워야
일본의 운영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배워야 한다. 도쿄모노레일은 연간 차량보수비 3억엔 가운데 1억엔을 타이어 관리에 쓴다. 이 때문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타이어의 교체주기를 늘려 비용을 절약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도쿄모노레일의 타이어 교체주기는 주행거리 25만㎞다. 이는 대구 3호선이 계획한 교체주기 10만㎞보다 배 이상 긴 거리다. 도쿄도 초장기 교체주기가 8~10만㎞ 정도였지만 타이어 마모 패턴을 계속 연구하면서 더 오래 사용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노선 곡선과 차량 속도, 계절 등 여러 상황 속에서 타이어가 어떻게 소모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한 결과다.
나카지마 도쿄모노레일 기술이사는 "타이어 제작업체 2곳의 제품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모노레일에 사용되는 제품은 특수 타이어라서 업체가 가격을 높이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경쟁을 통해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운영 경험뿐 아니라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시민의식도 높았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전동차가 건물 바로 옆을 지나지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촬영하는 일이 없었다"며 "복잡한 승강장에서도 먼저 전동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기다린 뒤 줄을 서서 순서대로 타는 질서의식이 돋보였다. 이는 사고를 줄이는 힘"이라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