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8명 자살, 5년 후 절반으로 낮추는 게 삶의 목표"
박인주(65) 전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은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를 꿰고 있었다. 숱한 갈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와 소통 부재에서 나온다. 다름의 인정과 소통은 교육과 나눔을 통해 공동체로 이어진다고 했다.
도산의 철학이 담긴 평생교육기관인 흥사단은 박 전 수석이 고교 1학년 때부터 헌신해온 삶의 축이다. 그는 평생교육의 전도사다. 갈등과 자살률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사회통합과 생명사랑운동에 천착하고 있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따뜻한 공동체'를 꿈꾸며 실천하고 있는 박 전 수석으로부터 평생교육, 사회통합, 생명사랑에 대해 귀 기울였다.
-평생교육이란.
▶학교 바깥 교육이고, 소외계층에 학습권을 주는 교육이다.
1950년도 우리 국민의 80%가 초교 이하 학력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교육열이 급속하게 불붙었다. 그 과정에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생겼고, 소외된 계층이 많아졌다.
국가는 교육권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교육권은 국가질서, 안보, 사회유지를 위해 교과과정을 가르칠 권한이지만, 학습권은 교과서 외에도 평생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그것을 배울 권리다.
-평생교육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나.
▶1999년 평생교육법이 제정됐으나, 급변하는 국제 추세에 따라가지 못해 전면 개정이 필요했다. 2004년부터 국회와 중앙부처 등지를 쫓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4년 만인 2007년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문해'(文解)를 이해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전근대적 용어인 '문맹'으로 바꿔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교육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막힌 적이 있다. 결국 문해라고 한 뒤 괄호 안에 '문자에 대한 이해'란 표기를 달고서야 통과됐다.
이때 바뀐 법안의 골자가 평생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두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도 이와 연계한 평생교육기관을 두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방향은.
▶그동안 성인 기초문해교육, 직업교육, 자격증 등과 관련한 영역에 관심을 쏟았다. 이제는 민주시민교육, 인문교양교육으로 영역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평생교육이 사회통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다.
-사회통합수석이 필요할 만큼 한국사회가 분열돼 있나.
▶우리 사회가 빨리빨리 문화에 의해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그늘은 너무 깊다.
인종과 종교 갈등이 없는데도 OECD 34개국 중 갈등지수가 2위이고, 자살률은 1위다. 삶의 질은 하위권이다. 연간 갈등비용이 정부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사회통합의 문제다.
-MB정부 때 사회통합수석의 역할은.
▶시민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과제였다. 정책의 기본원칙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었다.
광주 새날학교가 기억난다. 광주의 한 성직자가 사회적 부랑아로 있던 다문화가정의 애들을 그러모았는데, 13개국 86명이나 됐다. 자국에서 결혼 경험이 있는 이주여성이 한국 남성과 두 번째 결혼하면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었다. 후원을 받아 아이들을 먹이고 재웠는데, 교육이 문제였다.
현장에 가니, 3가지 요구 사항이 있었다. 자원봉사자를 모아 폐교에서 교육을 시작했는데, 학력 인증이 안 된다고 했다. 폐교 사용 연장과 부족한 쌀도 요청했다. 교육부와 해당 교육청 등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또 연락이 왔다. 36명이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는데, 광주의 고교에서 받아줄 데가 없다는 것. 각국에서 오다 보니 말이 서툴러 알아듣지 못하고, 가르칠 수도 없다는 이유였다. 충북 제천의 옛 폴리텍대학 폐교가 생각났다. 탈북청소년 직업교육을 위한 기숙형 기술계 고교를 설립할 방침이었는데, 탈북청소년과 함께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현 정부의 소통 방식에 대해 어떻게 보나.
▶청와대 참모들이 현장에 많이 가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현재 정무수석실에 국민소통비서관이 있는데, 갈등해소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생명사랑이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 자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귀한 생명이 하루 38명꼴로 자살한다. 자살 문제는 문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작년 3월 '생명문화'란 단체를 창립했다.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생명문화학회도 만들었다.
'너 죽고 나 살자' 주의에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동체교육, 민주시민교육이다.
생명문화에 대한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관련 단체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하루 평균 자살률을 절반(19명)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내 삶의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생명사랑에 몸 바치겠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lily-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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