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 가면 수많은 인상파 그림을 만나게 된다. 특히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앵그르의 '샘'(la source)은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친숙하다. 젊은 소녀가 목욕하려 어깨에 든 물동이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봄을 느끼게 된다. 이 그림의 제목은 물에서 유추되는 '샘'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어로 보면 기원 내지 근원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왜 이 그림의 제목을 기원으로 생각했을까.
앵그르는 물과 함께 항아리를 그려 물은 생명의 근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 미술에서는 이런 형태의 그릇을 히드리아(Hydria)라고 분류한다. 그리스말로 히드리아는 물을 뜻한다. 라틴어 아쿠아(Aqua)보다 물을 뜻하는 원조 언어인 셈이다. 오늘날에도 히드라는 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수소(하이드로젠), 수력발전(하이드로 파워)에 뿌리가 남아있다. 인체의 약 3분의 2는 물로 구성된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려면 적절한 수분 유지는 필수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구 면적의 약 3분의 2도 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체의 근원은 물이듯이 지구의 생명도 물에서 출발한다.
제7차 세계물포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이 포럼은 물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을 점검하는 자리로서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다. 포럼을 준비하는 막바지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지혜를 모아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물은 이미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물 공급이 부족하여 물은 푸른 황금(blue gold)으로 등장했다. 영국의 물산업 전문기관인 GWI에 따르면 2013년 물산업 시장규모는 5천570억달러에 달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GDP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며 최근 연평균 3.9%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경우 10년 후에는 물 부족과 오염으로 인해 물 기근(water-scarcity)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푸른 황금시대는 물을 위한 세계적인 전쟁을 예고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둘째,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염두에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물산업이란 각종 용수의 생산과 공급은 물론 하'폐수의 이송과 처리 및 이와 연관된 산업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산업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확보하고 동시에 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며 IT'BT 등의 연관기술 발달로 첨단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대구경북이 친환경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물산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산업 전반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포스트 물포럼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포럼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대구경북이 물산업을 선점, 육성해 지역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산업단지에 추진 중인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고무적이다. 이 클러스터는 세계물포럼에서 제시되었던 수많은 물에 관한 문제의 해법들을 실행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날 물산업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민간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어 이른바 민관공동 파트너십(PPP)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물산업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PPP를 위한 충분한 역량과 적절한 재정적 지원 등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앵그르의 그림 '샘'을 보면 물은 예부터 중요한 자원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시대에 운반을 위한 물 항아리가 로마시대에 오면 대량 수요에 맞춰 수로로 발전해왔다. 이번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물이 첨단산업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라틴어 속담에 있지 않던가, '물속에 진리가 있다'(In aqua veritas)라고.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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