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포항역 개통식에서 주빈 역할을 해야 할 포항시장이 들러리를 섰다. 포항에서 열렸지만, 철도시설관리공단이 주관하고, 국무총리의 참석으로 총리실이 직접 의전을 챙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포항시장은 국무총리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 밀려 그 흔한 인사말 한마디 못했다.
이런 현상은 정부나 중앙의 공공기관이 벌이는 행사 때마다 벌어진다. 이는 최근 경북에서 열린 여러 행사에서 드러난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도 국무총리 참석을 이유로 지방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처음부터 모든 의전을 정부가 담당하면서 경북도나 경주시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고, 지역언론까지 통제했다.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더욱 심하다. 문경시는 개최지로서 경북도와 함께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분담하는 데도 모든 과정을 국방부가 독점하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중이다. 국방부는 예산 편성에서부터 선수촌 건립 등 모든 문제를 지방정부와 조율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대회를 코앞에 두고 문경에서는 개최 무용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번 KTX 포항역 개통은 포항뿐 아니라 동해안 일대와 경북 전체가 환영하는 일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 사회, 문화적으로도 큰 변혁이 예상되어서다. 그런데도 포항에서 벌어진 행사에 50만 주민이 직접 뽑은 포항시장을 들러리 역할만 시켰다는 것은 지방정부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포항시와 영천시를 비롯한 경북의 자치단체들은 시장'군수의 전시성 행사 참석을 절제하고, 겉치레 의전을 퇴출하기로 결의를 모으고 있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의 내실을 기하고 품격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정부부터 지방정부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지방시대의 강조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일 뿐 아니라 많은 대통령이 정책 중심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자치를 선도해야 할 정부가 이를 역행하는 구시대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방정부와 주민은 정부가 '갑질'할 대상이 아니라 배려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도와야 할 동반자 관계다. 잘못된 관행은 당장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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