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가치중립적으로 경제를 보자

입력 2015-04-08 05:00:00

1970년 강원도 원주생. 원주고·고려대. 고려대 경제학 석·박사.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산업연구실 실장
1970년 강원도 원주생. 원주고·고려대. 고려대 경제학 석·박사.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산업연구실 실장

경기전환점 부근 다양한 전망들 넘쳐

개선·악화되는 지표가 뒤섞여 나타나

연구자들 자기중심적 발표는 혼란 가중

현재에 대한 객관적·정확한 판단 필요

경제 상황은 통상 회복, 확장, 후퇴, 침체의 네 국면으로 구분되는 경기 사이클을 가지며 반복된다. 이를 경기 변동이라고 한다. 이 사이클에서 경제의 방향성이 바뀌는 지점을 의미하는 경기 전환점 두 개가 존재한다. 우선 경제 상황이 좋아지다가 하강세를 그리는 경기 고점(확장 국면에서 후퇴 국면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있다. 반면에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이행하는 경기 저점(침체 국면에서 회복 국면으로 바뀌는 지점)도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경기 전환점 부근에서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오히려 지금과 같이 갈피를 못 잡는 시기일수록 경제 전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권, 언론, 경제부처, 경제연구기관 등에서 보이는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은 너무나 스펙트럼이 넓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경기 저점 부근에서는 좋아지는 지표와 나빠지는 지표가 혼재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확한 현재 상황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단기적인 경기 전망과 중장기적인 경제 이슈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최근 경제 관련 이슈의 핵심은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느냐 아니냐이다. 이는 단기 경기 사이클 상의 경제 복원력과 활력의 강도를 의미하는 경기 이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득 양극화, 재정 적자, 일본형 장기불황 등의 이슈를 같이 섞어 버린다. 소득 양극화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떠나 단기적인 경기 이슈가 아니다. 재정 적자도 복지 등의 재정수요가 많아지는 데에서 비롯되는 중장기 문제이다. 또한 일본형 장기불황도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을 뿐이다. 단기적인 현상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게 되면 현실이 왜곡되고 이념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진다.

둘째, 모든 것을 정부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일부는 지금 경제 상황이 나쁜 것에 대하여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그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과거 1970, 80년대와 같이 정부가 무엇을 주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민간의 비중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지금 경제가 나쁜 것의 주된 원인은 세계 경제 자체가 불황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어찌 보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기 저점 부근에서는 개선되고 악화되는 지표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는 관점을 가지든 아니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에 있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주장을 훼손하는 지표는 애써 보지 않으려 하고 주장과 방향성이 맞아떨어지는 지표만 보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계속 경기가 악화되는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확실하게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향후 경제 상황도 나빠진다고 보는 사고의 관성(inertia)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유연하고 열린 시각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없는지 스스로에 대해 엄격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언제나 혼돈스럽다. 그래서 보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많다. 때로는 과장되거나 과도하게 폄하되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조차도 없다.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덧칠하고자 하는 욕심이고 지켜야 할 것은 가치를 개입시키지 않는 무덤덤함이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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