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면 후배도 甲? 乙 분노 가져온 반말
#"안녕"→"추워요?"→"네가 갔다 와 봐"→"아니, 아니"→"너 왜 반말이니?"→"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
#"반말 안했다" 거짓 해명 논란
#피해자에서 거짓말쟁이 비난
#"갑을 패러디 만들며 관심 집중
이태임과 예원, 두 명의 미녀 스타가 벌인 '싸움'이 최근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눈길을 끌었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수위 높은 욕설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관련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 나가 '2차 파장'이 발생했다. 이어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심지어 광고에 패러디되면서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건의 정황과 관련 이슈들을 순서대로 짚어봤다.
◆첫 번째, 사건 발생
이태임과 예원의 다툼이 벌어진 건 지난 2월 24일.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제주도 촬영 현장에서다. 이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 이태임이 사정상 전날 녹화에 불참한 관계로 예원이 대타로 투입돼 먼저 방송분량을 확보하고 있었던 상태. 다음 날 현장에 나타난 이태임이 예원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고 '해녀 수업'을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이어 3월 2일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측은 이태임의 하차 소식을 알렸다. 제작진이 밝힌 이태임의 하차 사유는 '건강문제'. 하지만 다음 날 각 매체를 통해 이태임과 예원의 싸움 관련 내용이 알려졌다.
◆두 번째, 이태임 출연 프로그램 하차
첫 번째 희생자는 이태임이었다.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부은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예원은 '피해자'로 부각됐다. 기사가 쏟아졌고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자극적인 소문이 퍼져 나갔다. 이에 이태임은 매체 인터뷰에 응해 "예원이 반말을 해 화가 났으며 루머에 등장한 것처럼 수위 높은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예원 측은 "반말을 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논란이 가중되고 수세에 몰린 이태임은 결국 소속사를 통해 공식사과했다. '연이은 출연작의 부진, 악성 댓글 등으로 지쳐 있던 상태에서 감정제어를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래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예원의 말이 짧게 들렸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재차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이어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에서도 하차했다.
◆세 번째, 예원 측 입장 발표로 사건 일단락
이태임 측의 거듭된 사과에 예원 측에서도 3월 6일 공식입장을 냈다. '이태임 측의 입장을 들어보니 오해할만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먼저 용기를 내 사과해줘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예원 측이 이태임의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모양새로 일단 사건은 마무리됐다.
◆네 번째, 동영상 유포로 논란 재점화
끝난 줄 알았던 논란이 재점화됐다. 3월 27일 유튜브와 SNS를 통해 퍼져 나간 영상물 때문이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다툼이 고스란히 찍혀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상 속에서 이태임은 바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예원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예원이 인사도 없이 "추워요?"라고 되묻자 이태임이 "어, 네가 한 번 갔다 와 봐"라고 한다. 그러자, 예원이 "안 돼"라고 응석 부리듯 받아친다. 이때부터 이태임은 "너는 싫어? 남이 하는 건 괜찮고?"라며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다. 이에 예원은 "아니 아니"라며 또 한 번 상황을 무마하려 한다. 이태임이 "너 왜 반말이니?"라고 하자 예원은 또 한 번 "아니 아니 추워가지고"라며 넘어가려 한다. 결국엔 이태임이 "너 내가 우습니?"라고 받아치고, 예원 역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며 대립각을 세운다. 이에 이태임이 "왜 눈깔을 그렇게 떠,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지?"라고 언성을 높인다. 그제야 주변에 있던 이들이 둘을 말린다. 멀어지는 이태임의 욕설이 들리고, 남아있던 예원도 "저 00년 진짜…"라고 욕을 하며 한숨을 내쉰다.
◆다섯 번째, '피해자' 예원 → '거짓말쟁이' 예원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으로 "반말한 적 없다"던 예원 측 해명이 '거짓말'로 판명돼 문제가 커졌다. 애초 '반말을 한 건 맞지만 기분 나쁘게 만들 의도가 아니었다' 정도로 해명했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터. 하지만, "반말한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며 이태임을 '가해자'로 몰다가 뒤늦게 '싸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어 MBC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예원 출연분량을 통편집했다. 이어 4일 방송분에는 예원의 출연분량을 그대로 내보내며 여론과 관계없이 '정면돌파'를 노렸다. 그렇지만, 시청자 게시판에 예원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끊이지 않아 향후 제작진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미지수다. JTBC 역시 예원이 출연한 '우리집'을 축소편집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예원 측이 "예원 본인에게 정확한 사실 여부를 듣지 못한 채 현장 관계자에게 전해 들은 정황에만 의존해 성급히 입장표명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태임 측에 큰 피해를 줘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tvN '슈퍼대디 열',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드라마와 예능에서 이태임과 예원이 주고받은 대화가 웃음의 소재로 쓰였으며 그 외에도 관련 패러디물이 온라인에 수도 없이 올라왔다. 심지어 "어디서 반말이니?"라는 이태임의 말을 "어디서 반마리니?"라고 패러디한 치킨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에서 "역지사지가 없는 자기중심적 사고, 권위주의, 비아냥 같은 것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의 속성들"이라고 이 사건을 짚을 정도로 연예계를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여섯 번째, '마녀사냥' '단순 갈등'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사건은 결국 자기중심적 사고가 충돌하면서 빚어낸 미스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손석희 앵커의 지적처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단면이기도 하다. '욕을 하려면 제때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 역시 정답이다. '싸움 한 번 한 걸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들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인 일이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가 이 정도로 크게 확산된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우선 '여자 연예인들 간의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항상 화려하게 치장하고 주목받는 위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으니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갑을 관계'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벌어진 '연예계 선후배'들의 다툼이라 관심이 더 커졌다. '더 잘나가는 후배'와 선배의 싸움, 여기에 '잘나가는 후배'가 갑으로 부상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 대중을 몰입시켰다. 연예계에서 영향력 있는 예원 소속사의 '거짓말'에 상대적 약자인 이태임이 당했다는 사실 역시 대다수 '서민'들을 화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의 다툼을 회사와 군대 등 각 상황에 대입해 만든 패러디물이 나오는 건 그만큼 이 상황에 대중이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결과다. 이 또한 대중이 연예인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이며, 연예인은 숙명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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