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자 亞 허브로 날아오른 경북] <2>첨단 유지·보수·정비 항공전자 MRO센터

입력 2015-04-06 05:00:00

8개월 걸리던 F-15K 수리 3주 만에 뚝딱

경북도와 영천시 관계자가 지난해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자동화 시험장비 전시회에서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확인했다. 영천시 제공
경북도와 영천시 관계자가 지난해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자동화 시험장비 전시회에서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확인했다. 영천시 제공
보잉은
보잉은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경북 영천의 항공전자 MRO센터에 도입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와 영천시는 5월 28일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민병곤 기자
경북도와 영천시는 5월 28일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민병곤 기자

영천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최첨단 항공전자부품 정비센터가 들어섰다. 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미국 보잉은 지난 1월 영천 녹전동에 항공전자 유지'보수'정비(MRO)센터를 완공한 뒤 시험가동을 거쳐 이미 상업가동 중이다.

◆시골 마을에 최첨단 항공전자부품 정비센터

영천 녹전동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사과, 포도, 복숭아밭 등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진입로 양쪽 솟대처럼 우뚝 솟은 가로등 꼭대기에는 항공기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해 항공도시의 이미지를 살렸다.

보잉은 지난해 12월 MRO센터 건설 공사 현장에 '항공전자 MRO센터를 아시아 허브로 육성한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현재 이곳에는 경상북도와 영천시에서 내건 '2020 항공산업 육성'항공전자 MRO산업 경북 영천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경북도와 영천시, 보잉이 한마음으로 항공전자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다.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건물은 연면적 1천12㎡ 규모로 작은 편이다. 나지막한 건물 2개 동으로 이뤄진 정비센터가 멀리서 보면 있는지조차 잘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항공전자부품을 정비하는 곳이라 민항기 기체 정비처럼 대규모 활주로나 대형 장비가 필요 없는 셈이다. 소형 상자에 든 항공전자부품을 첨단 점검 장비로 정비하기 때문에 소음도 없다.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신 항공기에는 항공전자부품 및 소프트웨어(SW)가 항공기 기능의 80%, 가격의 45%를 각각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용기에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한 고가센서 및 첨단 장비 탑재로 항공전자 분야의 비중이 전투기 가격의 50%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최초로 경북 영천에 도입

세계 유일의 최첨단 항공전자부품 점검 장비인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BMATS)이 영천에 있다.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은 미국 이외 지역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영천에 도입됐다.

보잉은 세계 최초로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 9월 자동화 시험장비 전시회에 출품한 뒤 지난 2월 경북 영천의 항공전자 MRO센터에 들여왔다. 경북도와 영천시 관계자들은 지난해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IEEE(미국 전기전자공학자협회) 자동화테스트 콘퍼런스'를 직접 방문해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항공기별로 자동점검장비(ATE'Auto Test Equipment)가 따로 있었지만 보잉이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 하나로 모두 진단할 수 있게 했다. 보잉은 영천의 항공전자 MRO센터에서 운용하기 위해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하나의 장비로 F-16 전투기, E-737 공중조기경보기, 치누크 다목적 헬리콥터, 아파치 공격형 헬리콥터 등의 항공전자부품을 진단할 수 있다.

영천 항공전자 MRO센터는 2012년 2월 보잉과 방위사업청 간에 체결한 F-15K 전투기의 성과기반 군수지원 계약(PBL'Performance Based Logistics)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과기반 군수지원 계약은 F-15K 전투기의 대당 유지비 절감 및 가동률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까지 F-15K 전투기의 항공전자 계통 정비는 모두 해외정비로 진행됐다.

F-15 전투기의 항공전자부품을 영천의 항공전자 MRO센터에서 수리하면 ▷정비'수리기간 단축 ▷항공기 가동률 상승 ▷결함 조기 식별 ▷수리 대기 중인 품목 감소 ▷긴급 정비'수리 활동에 대한 국내 통제'조정 가능 ▷부품단종 모니터링 가능 ▷부품 소요예측 안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F-15 전투기 가동률 향상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정비'수리기간 단축으로 인한 전투기 가동률 제고를 통해 공군의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F-15K 전투기의 전자부품을 미국에 보내면 정비에 평균 8개월이나 걸렸으나 영천의 항공전자 MRO센터에서 수리할 때에는 3주로 단축할 수 있다. 항공전자부품의 수리기간을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항공전자부품을 미국 대신 국내에서 정비하면 F-15 전투기의 가동률도 이전보다 10%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국내 정비를 통해 항공전자부품 수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항공전자부품의 국내 정비가 활성화되고 수리기간이 단축되면 공군 입장에서는 보급창의 재고 보유수준을 해외 정비 때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는 해외에서 수리하던 F-15K의 항공전자부품을 국내 수리로 전환할 경우 수입 대체 효과를 1단계(2014∼2015년) 140억원, 2단계(2016∼2018년) 1천590억원, 3단계(2019년 이후) 5천43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항공전자부품 수리기지

장기적으로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아시아 태평양 수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보잉 군용기는 모두 1천290여 대이며 이 중 540여 대가 한국에 있다.

싱가포르는 F-15 24대, 아파치 헬기 20대, 치누크 헬기 18대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F-15 197대, 아파치 헬기 13대, 치누크 헬기 76대 등 보잉 군용기가 많은 편이다. 대만도 아파치 헬기 30대와 치누크 헬기 8대를 보유하고 있다.

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은 "향후 아시아 국가들도 항공전자부품을 미국에 보내 수리하기보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천의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내 보잉 항공기 경우, 공군 189대, 육군 355대 등으로 기종 대부분의 부품 교체'점검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자부품의 정비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은 향후 민간 항공기의 항공전자부품까지 정비할 계획이다. 한국 내 운송용 민항기 276대(2013년 기준) 중 195대가 보잉에서 제작한 항공기인 만큼 다기종 항공전자시험 시스템(MATS)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키워드 ◇BMATS란=Boeing(보잉) Multi-platform(다기종) Avionics Test System(항공전자시험 시스템)의 약자로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다양한 항공기의 항공전자부품을 진단할 수 있는 최첨단 자동 점검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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