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예술계 나쁜 관행 뿌리 뽑아야

입력 2015-04-04 05:00:00

대구문화재단의 간부가 지난해 7월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 주최 대구생활예술페스티벌을 주관하면서 정부 보조금 규정을 어기고, 정산 때는 가짜 세금계산서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임인환 간사에 따르면 이 인사는 대구생활예술페스티벌 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일을 맡겨 사업비를 받았다. 또, 단체의 대표자와 상근직원에게는 사례비를 주면 안 된다는 보조금 운영 규정을 어기고 자신과 자신의 업체 상근직원에게 수백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했다.

비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행사를 정산하면서 이미 2006년에 폐업한 무대세트 제작 업체의 영수증을 제출했다. 이 인사는 "보조금 집행 규정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의회는 이를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대구시의 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 인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구컬러풀축제를 비롯한 많은 기초지자체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대구문화재단 간부에 임용됐다.

이번 사건은 문화예술관련 기관장과 많은 문화예술행사의 총책임을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맡기면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나쁜 관행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단체에서 보조금 유용 등 관계자의 비리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모 단체는 자체 감사 결과 이사장의 판공비 유용과 간부의 비리 혐의를 밝혀냈지만, 당사자의 사임 등의 형태로 흐지부지됐다. '치부만 드러날 뿐'이라고 쉬쉬한 관행이 도덕성 해이로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리를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몰랐나는 것이다. 현행 법규상 보조금 지원 사업은 사업자 등록증, 법인 등기부등본, 또는 고유번호증 보유 단체만 주관하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이 인사가 개인적으로 만든 무등록 단체였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주관단체를 선정하면서 적정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또한, 가짜 영수증을 제출해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행사 때마다 불거지는 구조적 비리다. 또한,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이를 철저하게 파헤쳐 당사자는 물론,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 관계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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