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라디오로 첫 기상예보, 1972년…동양방송 첫 TV 기상캐스터, 1990년대…그

입력 2015-04-04 05:00:00

기상 예보의 발전 과정

1980년대의 일기예보 모습. 당시 일기예보는 컴퓨터 그래픽이 차츰 도입되던 시기이긴 했지만 사진처럼 그림을 그려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MBC 뉴스데스크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1980년대의 일기예보 모습. 당시 일기예보는 컴퓨터 그래픽이 차츰 도입되던 시기이긴 했지만 사진처럼 그림을 그려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MBC 뉴스데스크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1990년대 일기예보 녹화 준비 장면. 기상 캐스터 뒤의 블루 스크린으로 그래픽 화면을 띄우고 기상 캐스터는 표시장치와 연결된 버튼을 눌러 화면을 바꿨다. EBS
1990년대 일기예보 녹화 준비 장면. 기상 캐스터 뒤의 블루 스크린으로 그래픽 화면을 띄우고 기상 캐스터는 표시장치와 연결된 버튼을 눌러 화면을 바꿨다. EBS '시대의 초상-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화면 캡처

"끝으로 날씨입니다."

라디오 뉴스를 듣다 보면 항상 마지막에 나오는 소식은 위의 멘트로 시작하는 날씨 소식, 즉 일기예보다. TV 또한 마찬가지다. 9시 뉴스의 여성 기상 캐스터가 전해주는 날씨 예보를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은 내일 입을 옷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해놓는다. 이처럼 일기예보는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기예보가 지금의 자리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날씨'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시절

방송에서 기상예보를 알려주기 시작한 때는 1965년부터였다. 처음 기상예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소식을 중요한 뉴스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TV나 라디오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또 기상 소식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농'어업 종사자들이었기 때문에 주목도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당시 일기예보는 지금의 라디오 뉴스나 주말 TV 뉴스에서 전하는 것처럼 아나운서가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각적 자료를 쓸 수 있는 TV에서도 그래픽은커녕 그림조차 쓰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기상 예측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탓도 있어서 TV 시청자나 라디오 청취자들이 일기예보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TV와 라디오에서 날씨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기 일쑤였다. 이처럼 일기예보는 방송국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던 것이다.

◆직접 그린 일기도, 신뢰를 얻다

마치 '계륵' 같았던 존재인 일기예보를 TV'라디오 뉴스에서 빠져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든 사람은 국내 최초 기상 캐스터라 할 수 있는 김동완(80) 기상 캐스터였다. 1960년대 후반, 방송국들은 기상예보에 신뢰성을 더 부여하기 위해 아나운서가 전달하는 방식에서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기상 통보관이 직접 다음 날 날씨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때 기상청에서 기상 통보관으로 근무하던 김동완 캐스터의 날씨 전달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모습이었다. 가령,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면 "미니스커트를 입기에는 추운 날씨입니다"라고 서두를 시작하거나, 폭염이 지속되는 날이면 "파리가 조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라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김동완 캐스터가 처음 TV에 등장한 때는 1972년 TBC(동양방송) 일기예보에서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 기상 캐스터 출현이었다. 당시는 날씨 전달을 위해 우리나라와 인근 국가들이 그려진 4절지 또는 2절지 크기의 지도에 김동완 캐스터가 직접 일기도를 그리며 방송을 진행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날씨 칼럼을 연재하는 이덕환 교수(서강대 화학과)는 "TV 카메라 앞에서 복잡한 일기도를 직접 그려낸 김동완 캐스터의 출현을 통해 일기예보가 예보관의 '점쟁이'스러운 예측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근거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크로마키 등장으로 더 다양한 정보 제공

지금의 일기예보 방송 형태가 정착된 때는 1980년대 후반 컴퓨터 그래픽의 개념과 '블루 스크린'으로 대변되는 '크로마키' 촬영 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직접 그리는 일기도는 그래픽을 동반한 구름 이동 사진 등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날씨에 맞게 야외촬영을 진행할 때도 있다. 날씨와 관련된 생활정보 부분도 많이 보강됐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와 황사가 많은 날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거나, 기상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들이, 빨래, 세차 등의 가능 여부를 숫자로 보여주는 이른바 '생활지수' 정보도 기상 캐스터가 알려준다.

하지만 오늘날의 방송 일기예보와 기상 캐스터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도 동시에 늘어났다. 초창기 TV 일기예보와 지금의 일기예보를 비교했을 때 차이점 중 하나가 일기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상에 관련된 전공자가 아니거나 지식이 깊지 않은 기상 캐스터들이 일기예보를 알려주면서 기상 상황에 대한 분석이 약해졌다. 이 때문에 기상 캐스터가 '기상예보를 전달하는 날씨 전문가'가 아닌 '날씨를 읽어주는 뉴스 속 눈요깃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동완 캐스터는 2013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기상 캐스터들은 날씨를 전달만 하고 있다"며 "기상 캐스터는 날씨 전달자가 아니라 날씨 해설자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상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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