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요 며칠간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자연의 봄옷 갈아입기가 한창이다. 국회 앞마당엔 파릇한 잔디가 움텄고, 의원동산 사랑재의 목련 빛깔도 더욱 고와졌다. 노란색 옷을 입고 봄 소식을 전하는 개나리도 반갑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건 벚꽃의 만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어느새 봄의 대표곡이 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흥얼거리며 국회 주위를 걷는 건 봄이 주는 선물 같다.
때마침 며칠 뒤면 여의도에선 봄꽃잔치(10~15일)가 열린다.
진달래, 철쭉, 조팝나무, 말발도리 등 13종 8만7천859주의 봄꽃이 만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이 축제의 주인공은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나무 1천641주다.
이 장관을 보고자 많은 사람이 여의도를 찾고, 이때만큼은 국회도 가족 상춘객들의 웃음소리로 메워진다. 이 모습에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비로소 제 주인을 맞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많은 국민이 자신들의 대표라는 사람(국회의원)들이 서민의 삶을 살피기보다 밥그릇 싸움에 열중한다고 여기는 탓에 국회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 그러니 국회는 민원인, 참관단, 단체관광객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 찾는 곳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축제 기간 몰려든 수많은 발길은 만개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벚꽃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친숙한 공간이 되고자 하는 국회의 '문턱 낮추기' 노력은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사그라지고, 국민은 다시 민생을 외면한 여야의 정쟁(政爭)이 눈꼴사나워 발길을 거둬버린다.
그래서 7일 개회하는 4월 임시국회(5월 6일까지)에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산적한 과제가 만만찮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에다 9건의 미처리 경제활성화법에 대한 답도 내놔야 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후속 조치, 보육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하루 8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묘수도 찾아야 한다.
그 와중에 29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여야의 신경전이 가속화하고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여야 간 책임공방이 벌어진다면 정국은 급격히 냉각될 수 있고 국민은 여태까지 그랬듯 시선을 돌려버릴 것이다. 4월 국회의사당 밖 봄꽃축제를 이어가기 위한 여야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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