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몇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권하에서 있었던 비리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는 것마저 극단적으로 반대를 했다. 새누리당의 그 같은 반대가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했던 것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검찰은 이명박 정권하에서의 포스코 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해서 정준양 등 MB 시절의 포스코맨들이 사정의 칼끝에 서게 됐다. 그런가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박범훈 전 교육문화수석에 대해서도 중앙대 특혜와 관련해서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 정권에 대한 사정에 착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혹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서전을 펴내고 몇몇 친이계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데 대해 청와대가 반격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 정권의 추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청와대가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고 보기도 한다.
집권 3년 차 사정의 대표적 예로 드는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12'12와 5'18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던 경우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5공 심판은 단순한 사정의 차원을 넘어서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조치였다. 아마도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12'12와 5'18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정보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역사적 임무를 잘 알고 있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5공을 청산할 수 있는 계기를 기다렸고, 우연한 기회에 비자금 실체가 폭로되자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3년 차 들어서 진행되는 수사는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방위산업 비리는 유독 이명박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은 아니다. 포스코가 터무니없는 기업 합병으로 자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포스코 비리는 전 정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집권 3년 차에 들어서 마치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 수사를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범훈 전 교육문화수석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중앙대 총장을 지낼 때부터 친MB 인사로 널리 알려진 박범훈 씨는 청와대 수석을 지내면서 중앙대에 대해서만 서울 캠퍼스와 분교 캠퍼스를 통합하는 특혜를 주었다. 이것이 대단한 특혜라는 이야기는 중앙대 교수와 직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널리 회자되었다. 이 조치는 누가 보아도 원칙을 벗어난 편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 사람이 많았다. 이처럼 숱한 사람이 알고 있는 의혹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포스코 비리나 중앙대 의혹은 정권의 핵심부와 관련된 사건은 아니라서 그것을 전 정권에 대한 사정으로 보는 시각도 지나치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검찰과 해당 부처는 지난 2년 동안 이처럼 소문이 무성한 비리 의혹에 대해 손 놓고 있었으니 한심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청와대가 사정 드라이브를 건다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수사는 검찰, 경찰, 그리고 조사권을 갖고 있는 행정기관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청와대는 수사를 명해서도 지휘해서도 안 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을 지휘해서 사정에 나선다는 것은 헌법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불법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은 검찰의 고유한 권한이고 업무이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권 독립과,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은 실종돼 버렸고 청와대가 검찰을 지휘하고 있는 형색이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정권이기를 기원했던 사람으로서 실망이 크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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