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폴 워커 CG로 부활
2차원 평면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의 이미지는 사실 허깨비이다. 영화라는 매체는 없는 것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며, 바로 그렇기에 죽음을 기억하는 가장 이상적인 매체이다.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의 몸짓, 그 사람의 향취가 전달되며 그 사람의 육체는 다시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 된다. 이번 주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7편이다.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 중 흥행이 늘 잘 되는 프랜차이즈 영화이며, 카레이싱을 전면에 내세우는 액션영화이므로 신작이 나올 때마다 화제를 모은다. 고급 슈퍼카들의 화려한 속도전은 여타 액션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방식으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켰다.
하지만 이번 편을 주목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연배우 폴 워커의 죽음이다. 1편에서부터 14년 동안 시리즈를 지켜왔던 폴 워커는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2013년 11월 30일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겨우 40세였다. 근육맨들 사이에서 유일한 꽃미남 출연자였던 그는 액션 장면뿐만 아니라 로맨스 플롯을 끌어가는 중심축이었다. 태풍 하이옌으로 엉망이 된 필리핀을 돕기 위한 자선행사에 참가한 후 귀가하던 길이었다고 하니,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극 중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가족처럼 지냈던 멤버들은 큰 슬픔에 빠졌고, 제작을 겸한 주인공 도미닉 역의 빈 디젤은 촬영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아직 촬영은 반이 더 남았다. 하지만 폴 워커의 형제 칼렙과 코디가 폴을 대신해 연기하고,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폴 워커는 영화에서 되살아났다. 이 영화는 폴 워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축복을 전하는 헌사이며, 관객은 그를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연출을 맡은 제임스 완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호주에서 활동하는 젊은 감독인 제임스 완은 첫 연출작인 저예산 공포영화 '쏘우'가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엄청난 수익을 올린 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 바로 스카우트되었다. 이후 '쏘우' 속편들과 '인시디어스' 시리즈,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외국 공포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한 '컨저링'에 이르기까지 실패한 영화가 없다. 그는 공포영화의 젊은 제왕으로 우뚝 섰지만, 자신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액션영화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 관객에게는 젊은 아시아 감독이 그려낼 할리우드 주류 장르 영화가 궁금하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며, 이왕이면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인인 그가 굳건하게 자리를 다지기를 바란다.
도미닉(반 디젤)과 멤버들은 범죄조직 소탕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전작에서 처리한 범죄조직의 리더 오웬 쇼의 형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멤버들을 차례로 공격한다. 특수부대 출신 용병 데카드 쇼의 난입에 맞서 정부요원 페티(커트 러셀)가 도미닉을 돕는다. 페티는 납치당한 해커 램지(내털리 에마뉘엘)의 구출을 의뢰하고 도미닉은 멤버들을 다시 모아 반격을 시작한다.
매번 거대하고 시끄러운 폭발 액션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시리즈 성공의 기본은 더욱더 확장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단순해지는 것에 있다. 이야기의 논리와 캐릭터의 감정선 따윈 중요하지 않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위에 더 빠르고 새롭게 차들이 달리며, 가차없이 폭발하고, 아낌없이 때려 부순다. 두 시간 동안의 아드레날린의 폭발, 이거면 충분하다.
아부다비 사막 위에 지어진 거대한 빌딩 숲 사이를 질주하는 슈퍼카는 최고로 짜릿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벌크업된 근육질 남성들의 액션보다는 섹시하고 강렬한 여성들의 맨손 액션이 더 화끈하고 통쾌하다. 영화는 게임 속 대리체험처럼 터지고 깨지고 부서지는 쾌감 속에서 속도감, 리듬감, 타격감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보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남자들의 허세와 비현실적인 상황 전개에 머리를 비우고 보는 영화가 분명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다문화 요소들의 앙상블, 그리고 감상이나 전시의 대상이 아니라, 똑같이 싸우고 머리를 쓰고 헌신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제임스 완 감독의 앞날이 환히 펼쳐질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정신없는 액션이 전개되며 영화는 마무리되고, 에필로그가 덧붙여진다. 폴 워커를 보내는 도미닉의 추억과 애정 어린 시점 장면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친구가 형제가 되었다. 안녕이라는 말은 영원히 없다.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형제!" 우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짓는 저음의 근육맨 도미닉이 그 어떤 장면보다도 제일 멋지게 보였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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