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아파트 대출금…걱정거리 많은 50대 가장
"부모 봉양과 자녀 뒷바라지로 본인과 배우자의 은퇴 준비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면서 막연한 걱정만 하고 있는 50세 가장입니다. '어떻게 되겠지, 아직 건강한데 뭘 못 하겠어'라며 애써 외면해왔지만, 좀 더 일찍부터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성수(가명'54) 씨는 하루하루가 두렵다. 처자식 먹여 살리고 부모 봉양하느라 정작 자신의 은퇴 후 삶에 대해서는 계획을 못 세웠기 때문이다. '은퇴 후 30~40년 동안 최소한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은퇴 후 얼마가 있어야 할까
60세에 은퇴해서 기대수명인 84세까지 산다면, 은퇴시점에 얼마의 돈이 있어야 할까? 필요한 월 생활비를 산정하고 물가상승률과 세후 투자수익률을 가정해 계산하면 대충 감이 잡힌다.
은퇴에 필요한 자금계산에 있어 2012년 기준으로 대한은퇴자협회에서는 4억여원, 삼성금융연구소의 추정액은 약 8억원, 보험회사는 10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 각자 생활방식과 수준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년은 가까워져 오는데 대학생 자녀 2명의 학업도 덜 마친 상태이고, 본인은 아낀다고 아끼지만 저축 한 푼 못하면서 월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 가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은퇴 설계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 환경과 형편에 맞는 나만의 은퇴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자녀 설득, 교육비 확 줄여라
현재 김 씨의 소득은 연 6천700만원 정도다. 자녀는 현재 대학교 4학년, 2학년이다. 장녀가 재학하는 향후 1년 동안은 교육비만으로 연 1천600만원이 들어간다. 2010년 구입한 아파트도 1억5천만원의 대출금이 있다. 대출이자만 매달 55만원을 낸다. 막막한 심정이지만, 지금이라도 본인의 재무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산 및 수입'지출 플랜을 재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김 씨의 월 현금 흐름상 연금신탁 35만원을 제외하고 저축금액은 전혀 없다. 자녀교육비와 자동차할부금, 대출이자로 거의 소비되고 있다. 먼저 정기예금으로 운용 중인 자금 1억원으로 대출 1억5천만원 중 8천만원과 자동차할부금 2천만원을 상환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성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자녀의 교육비이다. 등록금은 어쩔 수 없지만 자녀의 용돈은 대폭 줄여야 한다. 자녀에게 현재 부모의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준비되지 못한 부모의 노년은 자녀에게 큰 짐이 될 수 있음을 서로 인식해 지금부터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
지출을 줄여 남는 자금으로 자녀 교육자금과 결혼자금, 자신의 노후준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결혼자금에 대해서는 자녀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지원 가능한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자녀 결혼자금은 1인당 2천만원으로 선을 긋고 각자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정기예금으로 상환 후 남는 대출금 잔액 7천만원은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한다. 현재 3% 초반의 5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해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출이자, 자동차할부금, 본인과 자녀 용돈 절약으로 남는 금액은 160만원이다. 이 자금은 노후준비자금으로 50만원, 자녀 결혼자금으로 100만원, 실손의료보험 2건에 10만원(배우자 포함)을 가입한다. 장녀 졸업 후 절약되는 등록금 월 66만원은 노후준비자금으로 저축한다.
◆연금수령시기와 공백도 준비
60세에 은퇴한다면 국민연금 수령시기인 64세와 4년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이 시기에 현금 흐름 발생을 만들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노후준비자금으로 적립하는 월 50만원씩 5년간 적립, 5년간 거치하고 은퇴시점에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면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60~64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10년 후 퇴직금으로 받는 1억5천만원은 은퇴자금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상속형 즉시연금으로 운용해 매월 이자를 지급받고 10년 뒤 원금을 받는 방법과 중위험으로 분류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특정금전신탁 등의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남편 사망 후 부인 혼자 살아가야 하는 10년의 세월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당장 여의치 않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펀드와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금은 급한 환매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시장을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현재를 '신 3저 효과'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 앞으로 다가올 '호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으로 보고 있다.
'신 3저 효과'란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를 뜻하는 것으로 일부 증권가에서는 이 효과에 힘입어 올해 상장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저유가는 원유수출국들의 소비를 축소시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있지만, 원유 수입 비중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편인 한국 경제에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비용을 감소시켜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구은행 PB센터 이종복 실장은 "신 3저 현상은 은퇴자들에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이뤄진다면,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돼 코스피가 다시 2,100선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도움말=대구은행 PB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