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미래세대를 위한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하루 8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일자리 격차를 좁히고 청년세대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노사정 대타협은 시한 내 합의에 실패했다. 공공'노동개혁을 핵심으로 한 국가개혁과제를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는 4, 5월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점 맴맴' 노사정 대타협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가 활동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대타협을 위한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최종담판에 실패했다.
정부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 노동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재계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보다 쉽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고용유연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노동조건 두고 첨예한 시각차
핵심쟁점은 정규직의 해고요건 완화 여부다. 노동계는 고용환경의 상향평준화가 정답이라며 정규직 흔들기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다섯 가지 내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골든타임 놓칠까' 노심초사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간 처우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천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을 차지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내수침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와 관행 때문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차별,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노사정 모두의 책임 있는 결단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 늘리기 취지 살려야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를 두고 고민을 해야 할 노사정이 근로조건이라는 쟁점에 매몰돼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정위원회가 기대하고 있는 대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의기간은 너무 짧았고 협상내용은 너무 많았기 때문. 아울러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전 국민적 위기의식도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한 노동전문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정리해고 도입을 뼈대로 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바 있다. 현 노동구조가 사회갈등을 촉발할 만큼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해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헛바퀴'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는 활동 시한(3월 28일)이 끝나도록 단 하나의 합의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추가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기구도 기한 설정을 놓고 여야가 부딪쳐 구성도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연금 개혁 특위의 시한은 5월 2일. 국민적 명령은 이 기간 동안 여야와 정부,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가 합의하라는 것이다.
◆"더 내고, 덜 받게" "더 내되 받는 것은 그대로"
지난 1월 출범한 대타협기구는 90일간 활동했으나 단일안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지금까지 나온 공무원연금의 개혁안은 ▷새누리당안 ▷정부기초안 ▷새정치민주연합안 ▷공무원단체안 ▷학계안 두 가지 등 6개다.
핵심 쟁점은 기여율과 지급률 숫자다. 기여율은 공무원이 월급에서 매달 내는 기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기여율에 따라 내는 돈이 기여금인데 현재 7%다. 현행 체계대로 계산하면 퇴직 시 월급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은 매달 기여금 21만원을 낸다. 이에 대응해 국가나 지자체가 내는 기여금도 7%로 공무원과 국가 기여금을 합하면 42만원이다. 새누리당이 수용한 학계안에 따르면 기여율은 10%다. 이 안대로라면 월급 300만원인 공무원은 현재보다 매달 9만원가량 더 많은 30만원의 기여금을 내게 된다.
지급률은 공무원이 받는 연금이다. 지급률은 고려대 김태일 교수안이 1.25%,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안이 1.65%로 현행 1.90%인 지급률보다 낮다. 퇴직시 월급 300만원인 공무원의 경우 월 40만원가량 덜 받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여율 9%, 지급률 1.7% 수준으로 추정된다. 야당이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던 지난달 25일 기여율 7%+알파(α), 지급률 1.9%-베타(β)로 모호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단체는 현 7%인 기여율은 더 높일 수 있어도 1.90%인 지급률은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여금을 더 낼 수는 있지만 받는 연금액을 지금보다 줄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갈수록 멀어지는 합의점
공무원 연금 개혁은 앞으로 실무기구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에서 각각 논의가 진행된다. 실무기구는 활동이 종료된 대타협기구가 단일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자 추가 논의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기구다. 하지만 여당은 "시한을 정하고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야당은 시한을 잡지 말자는 입장이어서 언제 실무기구가 꾸려질지 알 수 없다. 1일 오전에도 여야가 실무기구 구성을 논했으나 조율에 실패했다.
공무원연금 특위는 6일부터 가동된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6일부터 특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대타협기구 활동을 지켜보며 특위는 잠시 쉬고 있었는데 5월 2일을 시한으로 모든 논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큰 틀의 '구조개혁'을 원했지만 '모수개혁(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부 수치만 조정하는 방식)'을 수용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고, 실무협의기구 구성까지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실무기구 기한 설정 반대에 이어 국민연금도 함께 논의하자며 판을 키워 여아간 입장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광주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상향 등 공적연금 강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여야간 접점이 더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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