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석적읍 한 약국에서 만난 장재우(69'석적읍 성곡리) 씨는 "석적읍은 칠곡군의 인구 증가와 성장세를 이끌고 있지만 이에 걸맞는 지원이나 대접은커녕 택시비'버스비 할증 같은 경계지역의 폐해와 신생 도시로서의 생활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하지만 국회의원'군수'도의원'군의원 등 우리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표를 받아간 사람들은 유구무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싸잡아 비난했다.
칠곡군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석적읍에서 다른 읍면보다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주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석적읍민들은 "우리도 칠곡군민이다.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석적읍민들의 개혁 의지는 확인됐다"며 칠곡군과 지역 정치권에 경고의 화살을 날렸다.
◇살인·폭력 증가…외국인 무면허·음주운전 두 달간 52명
◆외국인 많은 중리지구 밤길이 무섭다
올해 들어 25일까지 석적읍에서는 총 25건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도가 13건 줄어 전체적으로는 5건이 줄었지만, 지난해 1건도 없던 살인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고, 폭력사건도 3건에서 12건으로 늘어 주민들이 느끼는 치안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이는 8개 읍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 1월 불법체류 태국인이 새벽에 국내 대기업체 직원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자기 나라로 도망간 사건 이후 외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리에서 편의점을 하는 A(57) 씨는 "업종 특성상 밤을 새워야 하는데 1월 사건 이후부터 밤에 외국인 손님이 2, 3명 들어오면 두려움부터 생긴다"며, "이 때문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2월 현재 석적읍에 등록된 외국인은 579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약목면 427명, 가산면 401명 순이다. 석적읍의 유동인구가 5만을 넘는 상황이라 석적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칠곡경찰서는 외국인 범죄를 강력히 차단하고 석적 지역의 치안을 다지기 위해 2월부터 외국인 무면허'무보험'무적차량'음주운전 등에 대한 기획순찰을 실시, 지금까지 외국인 무면허'음주운전자 등 총 52명을 단속하고, 불법체류자 19명을 적발했다. 박만동 석적지구대장은 "중리지구가 석적읍 치안수요의 99%를 차지, 경찰력을 이 구역에 집중 투입하고 있지만 워낙 인구 수가 많고, 주야 교대 근무자와 구미와 석적을 넘나드는 유동 인구가 많아 치안 확보에 애로가 많다"면서 "지구대가 현재의 자리에서 남율 택지지구로 옮겨지면 지역적으로 치우친 문제가 해결돼 출동이나 운용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좀더 효과적인 치안행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3만에 초교 3곳, 중학교 1곳 뿐…졸업 후 유학 갈 판
◆콩나물교실 해소되니 갈 중학교가 없다
석적읍에는 초등학교 3개교, 중'고등학교 각 1개교가 있다. 인구 3만이 훨씬 넘는 읍 지역치고는 학교 수가 적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교 3개에 중학교 1개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문제다. 지난 2월에 3개 초교를 졸업한 졸업생은 360여 명. 이로 인해 장곡중학교는 한 학년 10개 반이던 것을 올해 1학년은 11개 반으로 늘려 352명의 신입생을 수용했다. 2, 3학년은 한 반 학생 수가 30명인데 1학년은 32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불균형이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란 것. 5월이면 남율 택지지구의 H아파트 576가구에 입주가 시작되고, 8월에도 같은 곳 H아파트 563가구가 입주한다. 내년 6월에도 역시 같은 곳의 H아파트 835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석적읍의 인구와 학생 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학교 신설 계획은 현 석적초교가 남율 택지지구로 옮겨오는 것 외에 다른 계획은 없다.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 사이에서는 "내년에는 중학교부터 타지로 유학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학교 신설의 경우 남율 택지지구에 부지는 지정돼 있지만 교육청이 부지의 소유권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장곡초교와 장곡중학교는 또 인근 환경이 열악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다. 학교를 둘러싼 도로 등에는 생활쓰레기가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한 집 건너 유흥업소들이 즐비하다. 대교초등은 등하굣길에 대로를 건너야 해 안전이 늘 문제로 지적된다. 초'중학교 부족 등과 같은 문제는 다른 읍면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지역출신 곽경호 경북도의원(교육위원회 소속)은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학교 신축에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경상북도교육청, 지역교육청, 칠곡군 등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능하면 초등학교 신설과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규모에 맞는 권리·의무 행사하자" 공감대 형성되기 시작
◆생활'교통'문화 열악 오히려 홀대도
석적읍의 주민 수는 칠곡군 전체의 26%가 넘고, 출산 신생아 비중은 45%를 차지하면서 칠곡군 인구증가와 군세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칠곡군 내에서 석적읍에 내려지는 예산과 군정의 우선순위는 역할과 규모에 비례하지 않고있다. 문화시설 부문은 오히려 적은 것도 있다. 이에 대해 석적읍민들은 "칠곡군의 행정이 왜관읍 위주로 행해지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석적읍도 규모와 역할에 맞는 권리와 의무를 주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석적읍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연동되지 않는 경계구역이다. 잠은 칠곡군에서 자고 일은 구미시에서 한다. 그렇다 보니 교통 환경이 가장 문제다. 행정구역을 넘나들면서 발생하는 할증 택시비와 버스비는 고스란히 주민부담이다. 버스 노선이 없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몇 년 전부터 구미시와 교통요금 할증에 대해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석적이 베드타운이다 보니 출근시간이면 구미공단으로 향하는 광암천 다리의 정체는 상상 이상이다. 또 중리의 부영아파트지역은 구미3공단의 공장 악취가 코를 찌르고, 남율리의 한솔'우방아파트는 축사 악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미공단에 근무하는 중리 부영아파트 주민 A(38) 씨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에서 우리의 권익을 찾기 위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석적읍에서 칠곡군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분위기는 점점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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