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가치가 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2'상주) 씨 집에서 26일 불이 나 가재도구는 물론 고서적 등이 모두 타 잿더미가 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오전 9시 30분쯤 상주 낙동면 구잠리 산골에 있는 배 씨의 100㎡ 규모 집이 전소됐다. 골동품상을 하는 배 씨의 집에는 고서적과 각종 유물, 골동품 등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는 화재 발생 1시간 전인 8시 30분쯤 외출했고 화재 당시 함께 사는 형은 집에 있었고 어머니는 집 옆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배 씨는 수억원어치의 피해를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훈민정음 해례본 소실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잔불이 정리된 직후인 이날 낮 12시 20분쯤 기자와 만난 배 씨는 "훈민정음 해례본 피해 여부는 나중에 밝히겠다"고 했다. 훈민정음 피해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은 것이다.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경찰 등은 해례본이 전소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배 씨가 그동안 해례본을 공개하지 않자 문화재청과 수사기관이 수차례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배 씨는 "집 수리를 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공개했고 이 본은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으로 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상주의 골동품상 조모 씨(2012년 사망)가 "내 가게에서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배 씨와 민'형사 소송이 벌어졌다. 배 씨는 민사에서는 패소, 형사재판에서는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골동품상 조 씨는 상주본 실물을 가져오지 못한 상태에서 2012년 5월 국가에 기증식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법적 소유권은 문화재청이 갖고 있다.
배 씨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에 "억울한 절도 혐의를 벗고 명예를 회복하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의문의 화재까지 발생, 해례본 공개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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