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지난 주말 대구수목원에 산책을 가보았다.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날씨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화목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따뜻한 봄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취미활동 등 개인적인 충전의 시간은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다시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해준다. 이를 통한 효율적, 창의적 근무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일과 삶의 선순환 즉, 일家(가)양득의 모습일 것이다.
이 시대 우리 근로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반 사무직의 경우 매일 밤늦은 야근과 잦은 회식으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의 자녀들에게 시간을 내거나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여건이다. 더구나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빈번한 주야 교대 근무 때문에 개인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가정을 돌볼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통 근로자들은 가족과 마주 앉아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나눌 여력조차 없게 되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연간 2천16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으며, 노동생산성은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국민행복지수도 10점 만점에 5.35점으로 OECD 평균보다 낮다. 또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경험했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신체'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은 기력을 소진시켜 수면장애, 우울증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이는 기업의 생산력 감소와 산업재해의 원인이 된다. 전 세계 48개국에 진출해 있는 IBM 지사의 생활 보고서는 직장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생활하는 사람이 기업의 성과 창출에 더 큰 기여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업, NGO 등 사회 각 주체와 협력하여 '일가양득'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즉,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개선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작년 노'사'민'정 대표와 함께 '일가양득 캠페인 선포식'을 가졌다. 올해에도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함께 지역 노'사'민'정과 협력하여 1사 1프로그램 이상 실천 사업장 발굴과 우수기업 인증, 일가양득 고용포럼 개최 등 일가양득 분위기를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근로문화의 개선은 어제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기업의 제도가 바뀌고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하며, 근로자 개인의 인식과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일-가정 양립' '일-생활 균형'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제도와 관행으로 이어져 온 근로문화가 단 1회의 노력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주체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기업문화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영자와 관리자는 솔선수범하여 불필요한 회의와 회식을 자제하고 정시 퇴근, 자유로운 휴가 사용, 육아 부담 남성'기업'사회에 나누기 등을 보장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집중근무, 창의적인 성과 창출 등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실정에 맞는 작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천할 때 인식이 개선되고 기업의 문화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연장 근로시간 제한, 육아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유연 근무제 확산 등 기업문화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이러한 변화를 공감하고 지지할 때 더 큰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뜻한 봄 햇살이 꽃을 피우듯 일가양득 문화가 우리 지역 곳곳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계자/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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