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한 살 많은 남편과 결혼한 A(63) 씨. 꿈만 같은 결혼생활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악몽이었다. 결혼 직후부터 남편은 의처증 증상을 보이며 A씨를 끊임없이 폭행했다. 술만 마시면 흉기로 A씨와 3남매를 위협하고 폭력을 가했다. A씨는 2010년부터 우울증, 불안'불면 장애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의 난폭함은 더해 갔다. 보다 못한 A씨의 언니와 형부가 지난해 10월 찾아와 남편에게 "술을 자제하고 알코올 중독 치료를 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와 형부가 집을 나가자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A씨를 폭행했다.
사단은 이날 일어났다. 남편은 오전 6시 밤새 시달리다 겨우 잠든 A씨를 깨워 또다시 때리다가 오전 9시쯤 창고에 있던 둔기를 꺼내 달려들었다.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옥상으로 피했다가 돌아와 설거지를 했다.
잠시 뒤 남편은 A씨를 방안으로 불렀고, A씨가 앉자마자 이불 밑에 숨겨둔 둔기를 꺼내 휘두르려고 했다. 순간 A씨는 둔기를 빼앗았고 40년 동안 시달렸던 분노와 한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A씨는 둔기로 남편의 머리 등을 수차례 때렸고, 쓰러진 남편의 목을 손으로 조르고 발로 가슴을 수차례 밟았다. 남편은 그렇게 사망했다. 40년 결혼 생활이 파멸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봉기)는 A씨를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하지만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녀가 적극적으로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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