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재테크 어떻게] 고금리 대출 갈아타라

입력 2015-03-27 05:00:00

0.1%라도 더…신종 틈새 금융상품 보물 없나

대구의 한 중소기업 임원인 이정훈(50)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평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생각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예금'적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앞으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도래해서다.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기대금리를 뺀 것)는 지난해 이미 연 1.12%인 상황. 은행의 예금'적금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이 씨는 뒤늦게 재테크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이 씨는 "금리가 형편없이 떨어진 마당에 은행에만 맴돌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입장에선 아파트 분양만큼 고수익을 올릴 데가 없지만 그나마 자금 여력이 되지 않고 주식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제2 금융권 등을 돌며 저렴한 상품을 쇼핑 중이다"고 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고금리 대출 갈아타라

사상 처음으로 1%대 기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준금리 인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예'적금 금리가 인하됨과 동시에 대출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적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방어적 재테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이 있는 채무자들은 자신의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인하되는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시중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지는 시간 차가 생긴다. 대출이 있다면 해당 기관에 전화해 언제부터 인하된 기준금리가 적용되는지를 확인하고 실제로 금리가 내려가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변동금리라도 이사회금리 등을 적용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기도 한다.

24일 출시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데 실패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기존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는 1%포인트(p)가량 저렴하지만 원금을 함께 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또 대출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생각만큼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꼼꼼히 둘러보면 안심전환대출만큼 싼 금리 상품들이 있다. 실제 지난달까지만 해도 3% 수준을 유지했던 신한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2.98%로 하락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각각 2.88%와 2.90%로 낮아지는 등 2%대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CEO연구원 고건영 컨설팅 팀장은 "고금리 대출자들은 다시 한 번 여러 곳의 금융기관에 문의해 저렴한 대출 상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갈아타야 한다. 바쁜 직장인들은 대출 갈아타기를 소홀히 하기 쉽지만 금리 1%에도 한 달에 내야 하는 대출 이자 차이는 크다"고 조언했다.

◆이자생활자, 신종 틈새 상품 노려라

기준금리 1% 시대에 진정 울상을 짓는 사람들은 이자생활자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종잣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 1%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 경우에는 전통적인 예'적금 상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찾아나서야 한다.

다행히 최근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은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CMA)통장이 많다. 신한금융투자 CMA R+통장은 연 최고 5.1%, 현대증권 '에이블 아이맥스' CMA통장은 연 최고 5%, 미래에셋 '플러스팩' CMA통장은 연 3%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상품들은 체크카드와 연동이 돼 있으므로 기존에 쓰던 신용카드만 쓰던 습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지출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팩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 방법은 기존의 공모주 투자법과 동일하다. 청약증거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므로 저금리 시대에 저렴한 대출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달에만 3개의 스팩이 상장됐다. 최대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예금 대신 활용했던 ELS(지수연계파생상품)도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DLS(원자재연계파생상품)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도 대안?

증권사나 시중은행 상품에 투자하던 고객의 관심은 최근 들어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 금융상품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저축은행의 금리는 연 2% 중반대(정기예금 기준)로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별 금리 현황을 보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88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과 정기적금(1년)의 평균 금리는 각각 2.39%와 3.1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날 17개 시중'지방'특수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1.89%)과 정기적금(2.05%) 평균 금리보다 각각 0.50%p와 1.08%p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평균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12일) 직전인 지난 11일 2.49%(예금)와 3.23%(적금)에서 0.1%p씩 내려가는 데 그쳤다. 한은의 인하 폭이 0.25%p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조금' 내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저축은행 이용이 재테크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예금 금리를 주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정기예금금리(1년)는 대구경북'강원지역(저축은행중앙회 분류 기준)이 2.57%로 11개 저축은행 중 가장 높았다. 서울 등지에 비해 무려 0.3%p 높은 편이다. 드림저축은행 송철호 은행장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고객의 예'적금 상품 관련 문의가 과거보다 배 이상 늘었다. 심지어 수도권지역에 사는 사람도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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