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한입에 쏙∼ 작아야 대접받는다

입력 2015-03-24 05:00:00

농가들 1인 가구 맞춤형 생산…동전만한 방울양배추도 인기

기존 사과와 비교한 알프스 오또매 모습
기존 사과와 비교한 알프스 오또매 모습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

인구 구조가 변하고 적게 먹으라는 권고가 홍수를 이루면서 덩치가 작은 과일을 선호하는 조류가 넓게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북도내 각 농가는 이 같은 국내외 소비 풍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작고, 더 맛있는' 과일을 향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젠 작은 과일이 효자다

작은 것을 더 찾게 되는 소비층을 겨냥한 과수농가가 경북도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청송지역 50여 농가에서 '알프스 오또매'라는 사과품종이 생산되고 있다. 이 사과는 탁구공보다 작은 크기에 무게는 40~60g에 불과하다. 이름도 '미니 사과'로 불리고 있다.

포도나 딸기 등 한 입에 한 개씩 먹는 과일에 착안해 개량한 품종으로 지난해 이 농가들이 6t을 생산했으며 없어서 못 팔았다. 특히 이 사과는 기존 사과보다 가격이 2배 이상이어서 농가의 효자 소득원이 되고 있다.

안동은 방울토마토 재배 면적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제 음식재료로 주로 쓰이는 토마토보다 과일로서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진 방울토마토는 맛과 품종 개량까지 생산 다변화의 표준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안동시 풍산읍 안교리. 이곳에서 토마토 시설재배를 하는 황현섭(47) 씨는 10여 년 전부터 토마토 농사를 지으면서 소비자의 선호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농부다.

그는 처음엔 1만3천㎡(4천 평)에 토마토를 주로 심고 생산했지만 방울토마토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의 비중을 똑같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울토마토 중에서도 모양이 대추를 닮은 대추토마토란 품종이 인기가 높아지자 기존 방울토마토 내에서도 그 비중을 80%까지 올렸다.

황 씨는 계절별 소비형태 자료를 모아 3~10월까지는 대추토마토를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그 외의 계절에는 기존 방울토마토를 생산한다. 그의 노력 덕에 매년 토마토 120t을 생산, 한 해 3억~4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부농이 됐다.

황 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생산력을 집중하니 매년 똑같은 시설에서 수확되는 토마토로도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현재 안동지역은 50여 농가가 저와 비슷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FTA 시대에서는 소비층의 선호를 간파해야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작은 과일 만들기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대과(大果)는 이제 찬밥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사과와 배, 감귤 등 이른바 '대표 과일'의 가격 하락세가 최근 1년 사이 두드러지고 있다.

aT 등은 과일 가격 하락세의 한 가지 원인으로 수입 과일의 증가를 꼽았다. 소비층이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많아짐에 따라 반대급부로 국내 과일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소비층 인구 구조 변화도 한가지 원인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에서 2010년대로 오면서 우리나라 1, 2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2.8%에서 48.2%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결국 가족 구성원이 줄어듦에 따라 한 번에 한 개씩 먹을 수 있는 중소형 과일을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과수농가는 여전히 과거부터 선호했던 대과 생산에 주력,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돼왔다. 특히 지난해는 태풍이나 우박 같은 자연재해가 없었기에 중소형 과일이 주류였던 안동'상주'청송 등지에서 대과 물량이 쏟아졌다.

추석'설 명절을 지내면서 선물용 대과 판매가 활기를 띠었지만 그 시기가 지난 지금은 대과의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상점과 도'소매점은 선물용을 제외하고는 중소형 과일 주문이 쇄도하지만 산지는 공급할 과일이 없다는 것. 수출용 과일 또한 저장성과 운반, 가격 등의 문제로 대과보다는 중소형 과일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1월에 먹을 수 있는 슈퍼푸드로 방울양배추를 선정했다. 방울양배추는 방울처럼 크기가 동전같이 작아서 그렇게 불리지만 효능은 큰 양배추 못지않다. 방울양배추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섬유질이 풍부하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이 몸에 흡수가 잘 되도록 도와주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소식에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요즘 대형상점에서는 방울양배추 매출의 급증에 따라 벨기에 등 외국에서 항공 직송으로 공급받고 있다. 경기도 일부 지역은 시설재배를 통해 생산을 시도하고 있고 점차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안동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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