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목할 신기술] 핀테크…쇼핑·송금·기부, 스마트폰 하나로 多 한다

입력 2015-03-21 05:00:00

대구은행의 DGB스마트뱅크 앱을 통한 스마트 ATM출금 메뉴. 자동화기기에서 카드없이 QR코드로 현금을 찾을 수 있다.
대구은행의 DGB스마트뱅크 앱을 통한 스마트 ATM출금 메뉴. 자동화기기에서 카드없이 QR코드로 현금을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른 변화를 보입니다. 인터넷으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보편화 된 게 얼마전인 것 같은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더 손쉽게 하지요. 신용카드가 나왔을 때는 '지갑이 얇아지겠다'는 생각에 흡족해하던 것이 이제는 아예 지갑이 필요없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외출할 때 보일러를 끄는 것을 깜빡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끌 수 있는 제품이 이미 TV 광고를 통해 선보인 바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이처럼 우리의 생활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과학기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특히 2015년 들어 우리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기대되는 기술들을 2주에 걸쳐 하나씩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핀테크나 3D 프린팅 등 많은 곳에서 떠들어대던 여러가지 기술들이 우리의 생활과 대구경북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살펴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15년 새로운 과학기술들이 바꿀 우리의 삶, 상상만으로도 짜릿할 것입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핀테크…금융과 결합된 IT 신기술, 세계 금융 변혁 스마트폰 기술 발달과 함께 일상 속으로

대구은행 앱 "QR코드만으로 ATM출금" 온라인 쇼핑 모바일 결제 분야 발전 빨라

#장면 하나. 임치훈(33) 씨는 유통단지 전자관에서 카메라를 사면서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카드 마그네틱 선에 문제가 있는지 카드가 읽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임 씨는 가게 주인에게 "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했다. 계좌번호를 받은 임 씨는 곧바로 자신의 주거래은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열어 카메라 값을 송금했다. 이윽고 가게 주인의 핸드폰에 입금 확인 문자가 뜨자 임 씨는 그제야 카메라를 받을 수 있었다.

#장면 둘. 모처럼 동성로에 쇼핑을 나온 정연경(23) 씨는 한 화장품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립스틱을 골랐다. 계산하려는데 매장 점원이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라고 물어본다. 정 씨는 지갑이 아닌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 앱 중 포인트 카드만 모아놓은 앱을 켜서 해당 화장픔 브랜드의 포인트 카드를 대신하는 바코드를 점원에게 보여줬다. 점원은 인식기로 바코드를 찍은 뒤 계산을 완료했다.

앞에서 말한 두 장면은 일상생활에서 핀테크(Fintech)가 적용된 가장 기초적인 사례다. 핀테크의 등장은 기존 금융시장의 질서를 흔들면서 IT업계와 금융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핀테크는 2015년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로 언급되면서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대구은행은 지난 10일 스마트폰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앱 전체의 디자인과 버튼 위치 뿐만 아니라 현금카드 없이 QR코드 인식만으로도 ATM 기기에서 현금 출금이 가능한 '스마트 ATM 출금' 서비스와 영업점을 검색하면 그 영업점의 대기 고객 수와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등을 넣었다. 또 올해 2월부터 대구은행 론 센터(loan center)라는 인터넷 전용 대출 서비스를 실시했다. 론 센터는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관련 개인정보를 은행에 제출한 뒤 대출을 신청하는 서비스로,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하루 평균 10여 건의 대출상담과 4, 5건의 실제 대출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기영 대구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이 정도 실적은 평균적인 일반 영업점의 대출거래 수준"이라며 '현재는 직장인 대출만 취급하지만 앞으로는 아파트 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핀테크 기술은 모바일 결제다. 옥션과 G마켓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스마일페이'가 BC카드, 삼성카드 등 5개의 카드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일페이는 해외 결제 서비스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페이팔'(Paypal)과 비슷한데, 두 결제 서비스의 특징은 카드를 시스템에 등록하면 로그인과 비밀번호 입력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페이팔 또한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달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중국 핀테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04년 페이팔과 비슷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출시했다. 알리페이를 통한 중국 내 하루 평균 결제 금액은 106억위안(1조2천억원)으로 중국인 하루 소비액의 17%에 달한다. 알리페이로 시작한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술 개발은 2013년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펀드 서비스인 '위어바오'가 세계 4위 규모의 MMF(머니마켓펀드)로 성장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현재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에서 은행업 허가를 얻기까지 했다.

미국은 페이팔뿐만 아니라 애플사가 지난해 9월 아이폰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또 '민트닷컴'(Mint.com)과 '웰스프론트'(Wealthfront) 등 자산관리와 투자자문을 전담하는 앱이 등장하면서 핀테크가 지점 위주의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내에서도 각 금융기관에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핀테크에 맞게 개편하고 있다. 하지만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의 핀테크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금융소비자의 사용 편의성 문제와 보안 문제에 따른 소비자들의 신뢰 구축, 그리고 핀테크 기술과 부딪히는 규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카카오톡 친구들끼리는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거나 인터넷'모바일 쇼핑몰 등에서 간편 결제가 가능한 '뱅크월렛 카카오'와 '카카오페이'를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초반의 기대와 달리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휴를 맺고 있는 카드사와 카카오페이를 지원하는 가맹점이 적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카카오페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은 24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카카오페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 표시를 찾기 힘들다. 신용필 대구은행 스마트금융부 팀장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이 돼 있다 보니 아직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신용카드 보급률이 2013년 기준 8%에 불과하지만 70%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 덕분에 모바일 결제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기술을 확장시킨 중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금융업계는 핀테크 기술과 배치되는 각종 규제와 보안 강화에 대한 부담도 핀테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LG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LGERI 리포트'에 '규제 많은 미국이 핀테크를 선도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핀테크의 성장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 "금융실명제법상 비대면 본인인증 금지, 금융기관들의 공인인증서 사용, 개인정보 보호법 등이 핀테크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관련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1차적으로 지는 곳이 금융기관이라는 점도 금융기관이 공격적으로 핀테크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영 대구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현재 금융기관의 보안에 대해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 서비스 사용률이 높지 않고, 보안 서비스 강화에만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은행들의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의 핀테크 기술 발전 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핀테크(Fintech)='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러지'(technology)의 합성어. 금융과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말한다.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과 함께하는 모바일 결제, 모바일 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개인 자산 관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페이팔, 알리페이, 스마일페이 등으로 온라인 쇼핑몰 상품 구입 과정

1. 인터넷으로 서비스 회원 가입 → 2. 가입 시 신용카드 또는 은행계좌와 비밀번호 등록 → 3.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 결정 후 '구매' 버튼 클릭 → 4. 배송지 입력 후 결제 시 페이팔, 알리페이, 스마일페이 서비스 클릭 → 5. 상품 구매내역 확인 후 비밀번호 입력 → 6. 확인 누르면 결제 완료

※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상품 구입 과정

1. 인터넷으로 쇼핑몰 회원 가입 → 2.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 결정 후 '구매' 버튼 클릭 → 3. 배송지 입력 후 결제 수단을 '신용카드'로 선택 → 4. 카드 종류 및 할부기간 선택 → 5.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보안용 Active X 프로그램 설치 → 6. 설치 후 카드번호와 카드 뒷면의 CVC번호 입력 → 7. 신용카드 결제용 비밀번호 입력 또는 공인인증서를 구동시켜 비밀번호 입력 → 8. 확인 누르면 결제 완료

※ '페이팔' 등의 시스템과 일반 결제 방식의 차이점

1. 페이팔 등의 시스템 : 신용카드 및 은행계좌 정보를 한 번만 등록시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다시 입력할 필요가 없다.

2. 일반 결제 방식 : 신용카드 번호 등을 구입할 때마다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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