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도시철 3호선 달라지는 시민교통] <5>대구의 얼굴, 3호선(하)

입력 2015-03-20 05:00:00

움직이는 도심 전망대…마음에 들면 바로 내려 관광

범어천, 금호강 하중도 등 3호선 주변은 교통 접근성이 좋아져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어천, 금호강 하중도 등 3호선 주변은 교통 접근성이 좋아져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대구 도시 관광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 10여m 높이에서 도심을 누비는 3호선 전동차는 '움직이는 전망대'로, 개통이 되면 많은 시민들을 태우고 대구의 낮과 밤 풍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동차는 5, 7분 간격으로 도심 곳곳의 관광지로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역할도 한다. 이로 인해 3호선 주변은 교통 접근성이 좋아져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낮과 밤, 두 얼굴의 매력

9일 낮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를 타고 대구의 낮 풍경을 감상했다. 수성구 범물동에서 북구 동호동까지 자연과 도시, 강산과 건물 등 다채로운 모습에 눈이 즐거웠다.

이날 전동차가 수성못역에 다다를 때쯤 왼쪽 창문 밖에 수성못이 보였다. 남쪽에 법니산 끝자락이 수성못을 감싸 안 듯 나지막하게 솟아 있었다. 못 수면에는 햇빛을 받은 잔물결이 들끓었다. 지평선 끝까지 뻗은 범어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연석으로 유선형으로 만든 물길을 따라 강물은 천천히 흘렀다. 주위에는 촘촘하게 심은 수생식물이 갈색과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남구에는 높이가 채 4, 5층이 되지 않는 오밀조밀한 주택가가 펼쳐졌고, 고개를 드니 앞산이 마주 보였다. 가장 높은 봉우리(658m)가 완만한 높이로 솟았고, 거느리듯 주위에 산세가 이어졌다. 이어 중구, 북구의 도심을 통과해 금호강에 다다랐다. 폭이 200m가 넘는 넓은 금호강이 주는 개방감에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동쪽에는 축구장 10여 개 크기의 하중도(가로 300여m 세로 1천300여m)가 펼쳐졌다.

13일 저녁 해가 진 뒤 대구는 별천지로 변했다. 어둠은 도시 풍경에 '검은 여백'을 만들었다. 낮에는 건물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던 구조물들이 빛을 받아 웅장함을 뽐냈다.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곳들도 빨강과 초록, 파랑 등 여러 색으로 빛을 발했다.

3호선을 통해서 본 대구 야경의 정점은 강이었다.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있던 범어천은 밤이 되자 경관 조명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물가 조명은 비행기 활주로 불빛 같았고, 전동차는 마치 공중을 나는 듯했다. 금호강 현수교의 촛불 모양 구조물은 단연 눈에 띄었다. 전동차가 속도를 높여 다리를 통과할 땐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남산역 주위를 지날 때 보이는 두류산의 83타워도 빼놓을 수 없는 야경 포인트다. 83타워는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로켓 모양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전동차 아래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들도 밤의 볼거리다. 차들이 움직일 때 도로를 따라 빛이 물결처럼 흘렀다.

◆대구시티투어의 안내자 Part 1

3호선은 대구시티투어의 안내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을 거쳐 남북을 오가는 전동차는 도시 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태워 나른다. 각 역을 기점으로 주변에 다채로운 휴양'관광지가 포진해 있어 사람들의 오감을 즐겁게 할 준비가 돼 있다.

3호선 따라 떠나는 '대구여행', 전체 구간을 4구간으로 나눠 각자 테마를 붙였다.

▷가장 먼저 칠곡경대병원역~공단역. 이 구간의 테마는 '스트레스 Down, 활력 Up'이다.

칠곡운암역에서 걸어서 15분(약 1㎞) 만 가면 운암지수변공원과 함지산(290m)을 만날 수 있다. 운암지에는 목재데크와 난간을 설치하는 등 정비된 산책로와 체육시설, 정자가 있어서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아트막한 함지산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힐링로드'다. 공단역에 내리면 금호강 하중도가 가까이에 있다. 이곳은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가족과 연인들의 사진촬영 명소다.

조금 더 활동적인 장소를 원하면 팔달역에서 내려 북구4번(휴일) 버스로 환승해 대구사격장으로 가면 된다. 20분 남짓 이동하면 권총과 공기소총, 스크린사격, 클레이사격 등 스포츠 사격을 체험할 수 있다. 아니면 매천시장역에서 하차해 매천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도 좋다. 달콤한 과일 향과 분주하게 경매를 하는 모습 등 오토바이 등 생생한 삶의 현장을 접할 수 있다.

▷그다음 구간은 만평역~서문시장역으로 '문화와 예술의 정취'란 주제로 둘러볼 수 있다.

북구청역에서 버스로 환승해 10분 안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나온다. 올해 13회를 맞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이곳에 열린다. 축제기간이 되면 창작오페라를 포함해 다양한 내용의 공연을 선보인다.

달성공원역에서 200m만 걸으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무료로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2008년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어 도심 재생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신진 작가 육성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대구 예술의 창조 기지로서 실험적인 작품이 많다.

관광을 하다 배가 출출하다면 서문시장역 옆 서문시장이 안성맞춤이다. 이곳은 대구 도심의 가장 큰 시장으로서 호떡과 국수, 납작 만두, 양념오뎅 등 명물 먹거리가 풍성해 놓치면 안될 장소다.

◆대구시티투어의 안내자 Part 2

▷세 번째 테마는 '역사와 추억, 그리고 낭만'으로, 서문시장역~대봉교역까지 이에 해당된다. 서문시장역과 신남역은 대구 근대골목여행의 시작점인 청라언덕과 가깝다. 청라언덕에는 근대 건축물인 선교사 주택과 대구 최초 서양사과나무의 자손 목이 있다. 주위의 3'1만세운동길과 계산성당, 이상화와 서상돈의 고택 등이 관광객을 역사 한가운데로 안내할 것이다.

대봉교역에서 내려 신천을 따라 10분(600여m)을 걸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도심 속 자연 하천인 신천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김광석 길이 나온다. 이곳엔 고(故) 김광석을 추억하는 예술 벽화가 300m가량 이어져 있다.

명덕역에서 10여 분만 걸어가면 1918년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성모당이 있다. 현재도 이곳에선 미사가 진행되는 등 신자들이 찾아 기도하는 명소다. 건들바위역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곳에는 대구향교(대명동)가 있다.

▷마지막 테마는 '아이의 놀이터, 가족의 쉼터'로 수성구민운동장역~수성못역 사이 구간을 말한다.

어린이회관역 옆 어린이회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부모와 함께 잔디밭 소풍을 나와 뛰놀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각종 체험을 통해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엔 어린이교통랜드가 있어서 교통안전 관련 전시물과 영상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어린이회관과 국립대구박물관을 잇는 숲 체험 길도 선보일 예정이다.

수성못역에서 도보로 5분(350m)이면 대구의 대표 휴양'관광지인 수성못이 나온다. 못 주변에 잘 정돈된 산책로와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등 취향과 입맛에 맞춰 골라갈 수 있는 곳이 즐비하다. 겨울철 이외에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분수 쇼도 벌어진다. 매년 8~9월이 되면 '수성페스티벌'이 열린다.

박동신 대구시 관광과장은 "공중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3호선 모노레일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흔치않은 관광자원"이라며 "주변 관광명소를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기존 시티투어버스와 환승을 유도하는 등 개통 뒤 3호선을 대구 관광의 중심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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