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위 차상위계층 "경제 형편은 차하위"
"아예 기초수급자라도 됐더라면…."
대한민국 극빈층의 주류를 이루는 계층이 바로 기초수급자들과 차상위계층이다. 기초수급자들은 정부 복지정책의 큰 수혜자들이라 매월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차상위계층은 생계가 힘들 정도로 가난하지만 뚜렷하게 지원받는 것이 없어 속앓이가 심하다. 이들은 '아예 기초수급자라도 됐으면, 이리 비참하진 않을 텐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차상위계층 중에서도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상-중-하'로 나눈다면, 특히 '하'에 해당하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헉!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삶은 처절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와 닿는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면 엄청난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최저생계비마저 쪼들린다. 그리고 빚의 굴레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쇠사슬에 묶인 듯 살아가야 한다. 한줄기 희망의 빚마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마지못해 산다'는 말 그 자체다.
◆하루하루 연명하는 비참한 서민, 차상위계층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200만 명 안팎이다. 대구의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5만4천306가구 9만3천539명이고, 차상위계층은 3만9천674가구 6만8천489명이다. 가난의 굴레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이들에겐 삶의 한줄기 빛조차 희미하다.
#1. 대구 중구 성내동 쪽방에 사는 한 노인. 70대 중반의 이 노인은 기초연금과 폐지를 주워 생기는 수입이 전부다. 그의 수입은 한 달에 고작 해야 50만~60만원 정도다. 겨울에는 난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한 달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횟수도 30회 이상이다. 하루 한 끼 이상이 라면이다. 이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연락조차 하지 않는 불효자식(?)이 둘이나 있어 기초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2. 대구 동구에 사는 40대 초반의 한 자영업자는 포장마차를 하면서 6명의 가족(부모를 모시고 삼)을 부양하고 있다. 한 달에 300만~400만원의 수입으로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올해 초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근육마비 증세와 함께 신부전증이 찾아와 병원에 드러누웠다. 2천만원이 넘는 수술비도 감당할 길이 없다. 전셋방(5천만원)조차 빼야 할 처지다. 하루아침에 극빈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진 이 가족은 지금도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차상위계층
한 민간 연구기관에서 11년 전 '차상위계층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월 113만 6천원)에 못 미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합친 빈곤층은 716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급자 지정(200만 명 안팎)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면서 차상위계층이 된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 탈락이라는 통지를 받게 되면 앞길이 막막해진다. 그나마 기본적인 생계비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해결했는데, 고정 수입이 없어지게 되면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당장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황모(41'대구시 서구 거주) 씨는 지난해 10월 구청으로부터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았다. 부양의무자에 포함되는 부모의 자산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황 씨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홀로 중증장애인 아들을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청은 가족 단절을 증명해야 수급자 지위를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요구했다. 황 씨는 "갑자기 수급비를 받을 수 없게 돼 막막해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취약계층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차상위계층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매년 수천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 사회복지공무원과 통'반장까지 합세해 취약계층 발굴에 나서, 총 2천43가구를 찾아내 새롭게 지원하기도 했다.
◆차상위계층에 더 많은 혜택 줘야
정부에서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구임대아파트나 주택청약 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혜택이다. 더불어 교육비나 급식비 등이 경감 또는 완화되고, 전기료나 가스요금은 따로 신청을 하면 감면받을 수 있다. 차상위계층 중 장애수당을 받는 가정도 있다.
정부에서는 차상위계층에게 의료비 감면, 급식비나 학비 등의 지원, 노인 의치 보철이나 노후된 주택 개조 사업, 방과후 보육료 지원, 양곡 할인, 일자리 지원, 자활장려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료는 한전에 문의해서 전기료 감면자격 여부를 알아본 후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가스비도 마찬가지다. 영구임대아파트를 신청하거나, 주택청약을 할 때 우선순위 자격도 받게 된다. 국가기금을 통한 주택구입 시 이율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이 대다수다. 정부의 찾아가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차상위계층 보호 확대를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맞춤형 복지급여를 시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중위소득수준으로 대상자 선정 기준을 확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배명섭 주무관은 "시는 차상위계층을 보다 폭넓게 확대해 바우처, 우선돌봄사업 등 복지정책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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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 대비 1∼1.2배의 소득이 있는 '잠재 빈곤층'과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고정재산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보다는 약간 형편이 낫지만, 희귀난치성 질환, 만성질환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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