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자연 재료…아이 좋아라!
경상북도 초'중'고교 학생들의 식판에 올해부터 친환경 농산물이 100% 공급된다. 지난해 시범 실시에 이어 올해는 예산도 지난해보다 22%(36억원) 늘린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의 급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 비율도 작년 40%에서 올해는 50%로 확대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학교와 학생'학부모, 농가 모두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도내 모든 학교급식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일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다른 시'도에서 관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지역 학교에 공급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하고, 모두 223개 품목별로 계약재배 농가들을 선정해 학교에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밥상을, 농민에게는 행복한 미소를 전하는 경북의 친환경 학교급식 사업이 향후 로컬푸드 운동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경상북도가 올 한 해 의욕적으로 시행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사업에 대한 의미와 장'단점, 해외 선진국 학교급식 사례, 전문가 및 현장의 목소리 등을 10회에 걸쳐 진단한다.
◆저질 식재료 NO
그동안 학교급식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아 온 것은 저질 식재료가 아이들의 밥상에 빈번하게 올랐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식중독 사고의 희생양이 됐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자 많은 학교들이 위탁급식체제에서 직영급식으로 급식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국적 불명의 질 낮은 급식 재료 공급은 해결되지 않았다. 식중독 등의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저가 입찰로 음식을 납품하는 현재의 입찰 방식으로는 질 낮은 급식 재료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잖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조차 최저가격 입찰제는 '학교=가장 싸고 질 낮은 농산물의 소비처'가 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도는 실정.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급식 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나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학교급식 공급체계의 문제점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자의 영세성 및 학교의 강력한 거래 교섭력 ▷한정된 급식 예산 ▷최저가격 경쟁입찰의 문제 ▷부류별 분할 발주에 의한 물류 비효율 ▷현실과 괴리된 식재료 표준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곤란 등을 꼽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친환경 학교급식을 처음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 급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요되는 식자재의 수량이 많지 않은데 선뜻 계약재배를 응하는 농가가 별로 없었다. 또 학교 측에서도 경북도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제공하는 친환경 식재료보다 값이 싼 일반급식업체의 식재료가 있을 경우 한정된 예산을 무시하고 친환경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나타냈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우리 지역의 식품을 급식에 올리자는 공감대가 시급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경북도가 예산을 대폭 증액했고, 차차 여러 문제를 봉합해 가면서 차츰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을 살리는 친환경 급식
경북도가 내세우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성장기 아동 및 청소년의 심신 발달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친환경 급식 도입 경우 유해물질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균형잡힌 영양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체가 형성되는 시기의 아이들을 농약과 화학비료, 유전자 조작,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수입재료와 각종 식품첨가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 경북도는 서구적이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을 균형 잡힌 식생활로 변화시키는 데 친환경 급식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지역 농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밥상머리 교육도 가능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어릴 때부터 친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식품에 대해 학습한다면 이후 성인이 되더라도 지역 친환경 농'축'수산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지역 농가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도 최웅 농축산유통국장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동시에 지역 농가의 미래 판로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올해부터는 도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축'수산물을 학교급식에 우선 공급할 방침이어서 FTA 파고에 지친 지역 농가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수많은 외국과의 FTA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원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국장은 또 "식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학교급식에서 가공식품을 포함, 우리 농'수'축산물의 비율을 높인다면 우리 농업'농촌을 지키고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며 "친환경 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나가면서 황폐화하는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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