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보편적 삶을 달항아리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가 최영욱 초대전이 이달 28일(토)까지 갤러리전에서 열린다.
달항아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작가들을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최영욱 작가는 조선시대 대표적 도자기인 달항아리를 작품의 핵심 소재로 삼아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필라델피아박물관, 빌 게이츠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최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과 표현기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유럽과 미국 박물관에서 조선 백자를 마주하게 된 뒤 달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최 작가가 달항아리에서 발견한 것은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달항아리는 완전한 구(球)가 아니라 배가 불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완벽하게 둥근 모양새인 중국이나 일본의 도자기와 사뭇 다른 형태미를 보여준다. 또 중국이나 일본의 도자기가 채색 도자기인 반면 달항아리는 백자가 주를 이룬다. 어수룩하면서도 후덕한 품이 느껴지는 달항아리의 특징은 현실은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하지만 기하학적 미완은 오히려 우리 인생사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최 작가는 "꾸밈없이 단순한 달항아리의 모습과 색감은 우리 마음 밑바닥에 있는 측은지심 같다"고 말한다.
캔버스를 꽉 채운 최 작가의 달항아리는 얼핏 보면 극사실 기법으로 재현해 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주관적인 산물이다. 최 작가의 달항아리를 극사실 회화 범주로 분류하는 데 동원되는 잣대는 빙열이다. 빙열은 얼음처럼 갈라진 자기 표면의 유약 균열이다.
섬세한 붓질로 완성된 도자기 표면의 균열 하나하나는 최 작가 고유의 추상적 표현이다. 백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고 여러 용도로 사용되면서 표면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색상도 가마에서 갓 구워져 나왔을 때의 흰색과 많이 달라진다. 백자 표면의 빙열은 세월의 상처가 더해지면서 점점 더 복잡해진다. 최 작가는 빙열을 매개로 백자 표면에 나타난 세월의 흔적을 인간 보편의 삶 기억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Karma'라는 작품 제목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緣), 혹은 '업'(業)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인간의 생에 대한 비유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이 업을 낳고 그 업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것이 불교식 연기설의 골자다. 최 작가가 달항아리 안에 수많은 선을 그린 것은 단순히 빙열을 표현했다기보다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우리의 인생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삶은 의도한 데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운명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나는 운명과 업, 연을 선으로 표현했다. 선을 긋는 지루하고 긴 시간들은 나의 연을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인생을 담는 그릇이다. 그리고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다. 최 작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꾸밈없는 형태와 색감이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작품 20여 점이 출품된다. 053)791-2131.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