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게 아내 잃은 극한의 분노 맘껏 표출"
벌써 아이가 셋이다. 아직 셋째가 태어나진 않았지만, 오는 8월 이미 다둥이 아빠 예약을 해놨다. 혹자는 그가 이미 결혼해, 그것도 세 아이의 아빠라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가 '꽃미남'과는 아니지만, 은근한 매력을 뽐내는 배우이니 그렇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삼천포 역을 맡아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배우 김성균(35) 얘기다.
2012년 데뷔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영화 '이웃사람'에서 흔히 말하는 강하고 센 역할을 맡았던 김성균은 '포블리' 이후, 장진 감독의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출연하는 등 코미디영화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편안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에서는 다시 무거워졌다. 이미지가 또 한쪽으로 치우칠까 우려스럽다. 물론 자신은 상관없다는 투다. 김성균은 "'응사' 이후 과도한 관심으로 불편을 겪었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생각한 것만큼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음을 알았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의 반응보다는 열심히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영화도 곧 개봉한다. 골고루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부렸다. 그러면서 "이번에 '살인의뢰'에서 (박)성웅 선배가 사실 조금 부럽긴 했다"고 부러움을 내비치며, "나도 내가 이전에 했던 악역과는 또 다른 악역을 하고 싶다. 싸움 못하는 살인범도 해봤으니, 성웅 선배처럼 싸울 잘하는 악역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살인의뢰'는 강천(박성웅)에게 여동생 수경(윤승아)을 잃은 형사 태수(김상경)와 아내를 잃은 평범한 남자 승현(김성균)의 극한의 분노가 빚어내는 복수극이 중심이다. 초반부 승현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존재감도 크지 않다. 김성균 자신이 부러워한 것처럼, 박성웅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뭐야, 김성균 역할도 찌질하고 비중 없네?'라는 생각을 하는 관객도 있으리라. 그렇게 영화에 집중할 때쯤 승현은 변한다.
수경이 없어진 뒤 3년부터가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다.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나타난 듯 새로운 승현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다른 작품에서 이제까지 보여줬던 김성균의 이미지와는 또 상당히 다르다.
김성균은 "예전에 악역을 할 때는 내 얼굴의 이미지를 많이 써먹었다. 이번에는 감정적으로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어 도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앞으로 연기할 때 밑거름이 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가짜이고, 연기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슬펐다. 혼자 TV를 보면서, 그것도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면서 눈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임신한 아내를 잃는다는 영화 속 상황이 툭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수경처럼 현실의 아내가 셋째를 임신한 상태였으니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렇게 카메라에 많이 담아냈던 작품은 없는 것 같다"고 여전히 승현에 빠져 있었다.
그는 "촬영 초반에 박성웅 선배를 멀리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생각해도 박성웅이 연기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은 나쁜 놈이고, 모니터를 통해 비치는 강천의 표정만 봐도 속에 있는 분노가 확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화 캐릭터라고 해도, 또 자신이 영화 '이웃사람' 등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했음에도 강천은 너무나 나쁜 놈이었다. 물론 당일 촬영이 끝나고 술 한잔이 들어가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고 떠들고 즐겼지만, 현장에서만큼은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승현의 후반부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사적 복수를 준비하며 고민한 승현처럼, 김성균도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얼마나 승현이 바뀌어야 하는지, 그 수위가 특히 고민이었다.
"저도 남자 배우니깐 할리우드영화에서처럼 180도 변해서 100대 1로 싸워도 다 제압하고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승현이 전직 킬러나 특수요원이 아니라 은행원이었잖아요. 유약한 남자가 3년 동안 얼마나 변하겠어요. 강천을 죽이려고 하지만 정말 힘겹게,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것뿐이었죠. 승현이 칼을 들었어도 위협적이지 않고 그 위협은 '제발!'이라는 절규의 마음이 더 컸죠."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하나 공개했다. 사실 극 중 승현은 자살하는 것처럼 관객을 속이고 나중에 짠 나타나는 설정이었다. 반전 설정 중 하나였는데 초반에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제가 좀 더 낯선 얼굴이면 관객들도 속아 넘어갔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웃음) 은근히 그런 설정을 기대하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으로 바뀐 게 나은 것 같아요."
'살인의뢰'는 유명무실해진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한다. 김성균도 정답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범한테는 용서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이라고 했던 감독의 바람과 같다.
극 중 3년이라는 승현의 시간. 현실의 김성균에게도 남다르다. 연극 무대에서는 많이 활동했지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게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니 꼭 3년이다.
김성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만큼 왔다. 그래도 나 자신, 내 성향은 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걱정을 하나 토로했다. 김성균은 "고민 끝에 '살인의뢰'에서 이렇게 연기를 하긴 했는데 걱정이긴 해요. 관객들이 영화 '아저씨'의 통쾌한 복수, '너희 다 죽여버릴 거야!'라는 걸 기대하고 오면 어쩌죠?"라고 멋쩍게 웃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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