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단임…19일 김동구 대구상의회장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5-03-18 05:00:00

"회원 6천명, 지방 최대 상의로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 행복"

19일 퇴임하는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은
19일 퇴임하는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 경제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김 회장 뒤쪽 왼편으로 제11'12대 대구상의 회장을 지낸 선친 김홍식 금복주 창업주의 초상화가 보인다. 대구상의 제공

"지난 3년은 참 보람있는 나날들이었습니다."

17일 대구상공회의소 접견실에서 만난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금복주 회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퇴임 소회에 앞서 차기(22대) 상의 회장으로 진영환 삼익THK 회장이 합의추대된 데 대한 감사함부터 전했다.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의 아름다운 양보 덕에 지역경제계의 분열을 막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 김 회장 또한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주인공이다. 1954년 대구상의가 발족한 이래 자신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상의 회장 중 13대 박성형 회장 이후 20여 년 만에 두 번째 단임(單任)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는 선친인 김홍식 금복주 창업주(11'12대)와 함께 부자(父子)가 상의 회장을 지낸 독특한 인연도 남겼다. "선친이 상의 회장을 하실 때도 제가 그 자리를 이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이것도 다 인연이겠지요.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012년 대구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른바 '김동구 스타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취임 초 과장'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회의도 직접 챙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집무실에 앉아 결재하고 행사 참석이나 하는 상의회장은 그와 맞지 않았다. 그는 평소 "상의회장은 폼 잡는 자리가 아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이런 솔선수범하는 행보는 대구상의 조직 전체에 긴장감과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대구상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회원사 유치에 적극 나서 대구상의가 서울상의 다음으로 많은 6천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직접 기업들을 찾아다닌 끝에 이번 22대 상공의원 명단에 한국델파이, 대구텍 등 중견 기업들을 포함시킬 수 있었다. 대구상의 재무구조가 흑자로 전환된 것도 김 회장 취임 이후다.

대구상의 회관 건립기금 모금도 그의 작품이다. 1979년 10층으로 증축된 현 대구상의 건물은 노후도가 심해 리모델링 요구가 많았다. 김 회장 스스로 10억원을 기부했고, 지역 경제인들의 동참이 뒤따라 현재 총 23억3천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김 회장은 "대구상의는 지역경제계의 상징 건물인 만큼 차기 회장단에서도 모금 운동을 이어가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13년 6월 '대구국가산단 기공식'을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기공식에 참석했는데, 이 땅에서 대구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대구 기업들이 그동안 공장 용지난 때문에 성주, 영천, 칠곡 등지로 떠났는데, 10년 정도 후에 국가산단이 본격 가동되면 대구 GRDP(지역내 총생산)도 꼴찌에서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대구경제 희망론'은 계속됐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맙시다. 지역 주력인 자동차부품, 기계금속업, 섬유산업도 성장과 변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구 기업들의 생산'수출지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하루빨리 남부권 신공항 문제가 해결돼 지역 물류 거점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는 앞으로 봉사활동에 열정을 쏟고 싶다고 했다. "무료급식 봉사처럼 몸으로 하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여러 뜻있는 분들과 봉사모임을 만들어 희망찬 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하려고 합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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