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빡빡한 응급실' 전국 2위

입력 2015-03-16 05:00:00

중증 응급환자 수술받으려면 11시간 대기

만성 천식을 앓고 있는 홍모(64) 씨는 올 들어 두 번이나 경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갑작스럽게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진데다 백혈구 수치도 높게 나오는 등 몸의 이상이 거듭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홍 씨는 응급실에 갈 때마다 바로 병상에 눕지 못했다. 응급실은 늘 환자로 북적였고, 한참 동안 소파에 앉아 기다려야 겨우 침대로 갈 수 있었다. 한 달여 간 입원 치료를 받은 홍 씨는 "급작스럽게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지만 마음 편하게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푸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 응급실이 서울대병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대병원을 찾은 중증 응급환자는 수술실이나 병실에 가기 전 응급실에서 평균 1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15일 공개한 '2014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과밀화지수'가 154.0%를 기록, 서울대병원(17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화지수는 환자의 재실 시간을 병상 수와 시간 등으로 나눈 수치다.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응급병상 수에 비해 환자 수가 턱없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상이 없으면 응급실 환자는 간이침대나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하게 된다. 전국적으로는 서울보훈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10곳의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었다. 대구에서는 대구파티마병원의 과밀화지수가 81.3%로 18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이 78.8%로 전국 20위를 기록했다.

또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6.3시간으로 나타났다. 중증응급환자는 사망률이 95%를 넘는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다.

대구에서는 대구파티마병원이 13시간 24분으로 전국에서 9번째로 재실 시간이 길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12시간 30분, 경북대병원 11시간 30분 등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서울보훈병원이 37시간 9분으로 가장 길었고, 부산백병원 18시간 20분, 서울대병원 15시간 20분 등이었다.

전체적인 평가결과도 엇갈렸다. 권역응급의료센터 18곳 가운데 경북대병원은 기준은 충족했지만 하위 20%에 속했고, 안동병원은 상위 40% 안에 들었다.

대구의 지역응급의료센터 4곳 중에서는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이 상위 40% 안에 들었고,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은 중위 40%에 포함됐다.

경북에서는 지역응급의료센터 9곳 중 포항세명기독병원과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은 상위 40% 안에 들었고, 김천제일병원, 동국대 경주병원, 안동성소병원, 포항선린병원, 구미차병원, 포항성모병원은 중위 40%에 포함됐다. 문경제일병원은 하위 20%였다.

그러나 대구 드림병원과 천주성삼병원, 영주가톨릭병원, 울릉군보건의료원 등은 법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특히 풍기성심요양병원은 3년 연속으로 법정 기준에 미달돼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권역센터를 20곳에서 향후 41곳으로 확대하고 중증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 장비, 인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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