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아빠 육아 참여…자녀 어릴 땐 다정한 아빠, 자라면 대입 분석가 변신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딸의 입학식에 다녀온 류경훈(41) 씨.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 참석은 물론 학교에서 쓸 책가방, 필통, 공책 등 준비물도 딸과 함께 골라 샀다. 딸이 유치원 다닐 때에도 학예회, 학부모 초청의 밤 등 각종 행사에 빠진 적이 없었다. 류 씨는 "아내보다 시간 활용이 여유로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육아나 교육에 많이 참여해왔다"며 "학부모회에도 가입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볼까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규(54) 씨는 최근 딸을 대학에 보내면서 입시전문가가 다 됐다. 딸이 고3이던 지난해 대학교나 교육업체가 주관하는 입시설명회를 꼼꼼히 챙기고 노트 필기까지 해가며 입시전략을 세웠다. 덕분에 딸이 올해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지인들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입시학원 정보를 얻어 딸을 학원에 보냈다. 생각보다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 더 열심히 설명회를 찾아다녔는데 원하는 학교에 가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아빠들의 '바짓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부터 대학입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아빠까지 자녀를 키우는데 관심을 쏟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최근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참석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예삿일이 됐다. 아이의 육아와 교육에는 '아빠의 무관심'이 미덕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 2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학부모 중 3분의 1 정도는 아빠였다. 입학식에 참여한 이명환(45) 씨는 "아이에게 특별한 순간인 만큼 함께 하고 싶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입학식에 다녀왔다. 우리 아이 반 학생이 22명이었는데 입학식에 온 같은 반 아빠가 10명이 넘었다"고 했다.
자녀 행사 참여를 원하는 아빠들이 늘면서 '야간 졸업식'을 여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별유치원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2011년부터 야간졸업식을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에 졸업식이 열리면서 퇴근한 아빠 대부분이 아이들의 졸업을 지켜봤다.
자녀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열공'하는 아빠들도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에는 아빠들이 적잖게 찾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열린 '가족행복카페'는 참여 학부모 중 40%가 아빠일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중독 등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들이 관심을 가졌다. 올해도 아버지들의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대구시교육청의 '2015학년도 대학 입시설명회'에도 아이의 입시전략을 짜려는 아빠들이 눈에 띄었다. 입시설명회를 찾는 아빠들이 늘면서 평일 오후에 열리던 입시설명회 시간도 몇 년 전부터 평일 저녁이나 공휴일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시교육청 진로진학담당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학부모가 아닌 학모 대상의 설명회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엄마와 아빠 모두가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두는 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