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극인데 '19금'…色다른 매력에 빠져 보세요
배우 신하균(41)의 '신경질적인 근육'이 스크린을 에워쌌다. 완벽한 근육의 몸은 강렬한 정사신과 하나가 돼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다. 칼을 사용하고 말을 타는 솜씨도 몇 번은 사극에 도전한 것 같았다. 완벽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이었다. 배우들 대부분이 사극이 힘들다고 하던데, 스크린 속 이 남자를 보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신하균은 이달 5일 개봉한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에서 주인공 김민재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의 외적인 변화와 내면 연기가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물론 지금은 감독이 요구했던 '신경질적인 근육'은 없다. 신하균은 "1년이 지났는데…. 운동 끊었죠"라고 웃으며 손사래 쳤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먹고 싶은 걸 먹고, 술 마시러 갔다. 물론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그 근육이 1년 정도 유지는 됐다. 최근 끝난 드라마 '미스터 백'에서 살짝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개국 7년, 서로 다른 욕망을 순수하게 좇는 세 남자 김민재(신하균), 이방원(장혁), 진(강하늘)의 선 굵은 드라마가 담긴 작품이다. 특히 신하균이 연기한 김민재가 한 기녀(강한나)를 향해 순수하고 진득한 사랑을 보이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남자의 진한 사랑, 신하균이 이 격정 사극 멜로에 꽂힌 이유다.
그는 "본인이 믿고 있는 사랑 하나만 끝까지 보고 달려가는 게 요즘 시대에는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는 순종적이고 바보 같은 남자의 이야기인데, 과거 그 시절이니깐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이와 관련해 남자들이 생각하는 일종의 로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 때문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현실 속 신하균도 "순종적인, 바보 같은 사랑을 꿈꾸고 어느 정도 수긍도 가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걸 버리고 사랑만을 좇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일종의 대리만족, 충분히 경험한 듯하다. 그렇다면 현실 속 '노총각' 신하균의 사랑과 결혼은 언제쯤 찾아올까? 지겨울 법한 질문인 결혼에 대해서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연애는 항상 하고 싶긴 하지만, 결혼을 위한 연애는 안 할 거예요. 연애해서 결혼할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결혼은 하게 될 것 같아요."(웃음)
'순수의 시대'에서 설명이 약간 부족하지만 민재가 어렸을 때 엄마를 잃는 등 결핍이 많은 인물이었던 것도 신하균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영화에서는 엄마를 잃고 정도전(이재용)으로부터 살인 병기로 자라는 과거가 편집됐다. 신하균이 생각한 민재는 결핍이 많고 불쌍한 남자였는데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아쉬운 듯했다. 물론 영화는 이를 유추할 수 있게 하지만, 조금 더 설명이 있었다면 관객이 민재에게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민재는 대사가 많지 않고 표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캐릭터다. 연기를 잘해 붙은 별명인 '하균신' 신하균조차 "민재를 모두 표현해내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민재는 표현을 안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다른 캐릭터들이 센데, '내 존재감으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감정 표현이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연기하기가 어려웠죠. 배우는 본능적으로 뭔가 표현하려고 하는데 절제해야 했어요. 영화가 민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포진돼 있으니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했고요. 하지만 이제까지 안 보여드린 이미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으로 만족해요. 다른 것들을 많이 배워 좋은 경험이었어요."
신하균은 현실 속 본인도 부족한 것이 많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대표적인 결핍이다. "내가 나온 영화를 아직도 못 보겠다"며 손을 오그라뜨리는 시늉을 하는 신하균. 영화를 찍고 나서 받은 DVD도 포장을 뜯은 영화가 거의 없다. 의외의 반응에 놀라자 신하균은 왜 그러느냐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전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 연기하는 걸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하지?' 부러울 때도 많고요."
화제가 되고 있는 정사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차례 정사신을 찍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이(?) 해본 건 처음이다. 오롯이 작품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 다양한 체위의 정사신을 펼쳤다.
"정사신만 부각되는 영화는 솔직히 나도 좋아하진 않아요. 우리 영화를 보고 베드신만 기억이 나지는 않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영화 보고 나와 정사신이나 제 몸만 기억난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2012년 개봉한 영화 '런닝맨'으로 러닝타임 내내 달리고 또 달렸는데, 이번에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만 봐도 고생길이 훤히 보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오히려 즐거웠던 듯, 영화 속 민재와는 다르게(극 중 민재는 도통 웃질 않는다) 호탕하게 웃었다.
"어렸을 때보다 몸이 고생하는 역할이 많이 들어오긴 하네요. 하하하. 그래도 마음은 항상 20대예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니,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런닝맨'과 '순수의 시대'를 끝냈으니 이제 힘든 역할은 혀를 찰 줄 알았는데 "또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후반부 병사들과 싸우는 120합이나 되는 액션신을 몸으로 외우고 소화해야 했고, 발톱이 빠지고 칼날이 박혀 오른손에 열 바늘 정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었는데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른손을 내밀어 상처를 보여주려던 신하균은 "바로 병원에 가 꿰매서 그런지 다행히 흉터는 없다"고 웃었다.
"제가 다리를 찢는다거나 하는 액션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액션이라면 또 도전하고 싶어요. 아이디어 좋은 액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에서는 나이가 더 든 배우분들도 액션 연기하잖아요. 요즘 운동은 안 해도 건강관리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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