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법의 원안에서 일부 후퇴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최초 제안한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강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논란을 빚은 김영란 법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김 전 위워장은 당초 원안의 한 축이었던 '이해충돌방지규정'이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원안에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3가지 규정이 있었지만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빠지고 2개만 통과됐다"고 말했다. '원안'은 김 전 위원장이 권익위원장 재직시절 자신이 입법예고한 법안을 뜻한다.
이어 그는 "이 규정은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한다든지 공공기관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 공사를 발주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장치가 반부패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리되어 일부만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직무관련성 입증이 필요한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 처벌(위반 행위별 1천만원에서 3천만원 과태료)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뇌물죄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100만원 이하라도 대가성을 묻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 대법원 해석"이라며 "그런데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을 처벌하지 않고 과태료를 묻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됐던 법 적용 대상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축소된 것에 대해서도 "배우자나 직계 혈족 자매는 같이 살지 않아도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배우자로 축소됐다"며 "전직 대통령의 자녀와 형님이 문제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당초 원안에 제시된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포함되는 '민법상 가족'이었다. 하지만 핵가족화 현실 등을 따져볼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종안에서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대폭 축소됐다.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예외 대상으로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브로커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의 초래가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절히 거르겠지만 문을 열어놓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원안의) 취지에 비춰보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본인들에게 스스로 걸러주는 것을 맡기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위헌논란'을 빚은 언론, 사립학교 등 민간영역으로 적용대상을 확정한 것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은 공직자부터 시작해보고 차츰 민간으로 확대시키겠다는 의도였는데 뜻밖에 언론과 사립학교가 추가돼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분야 반부패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 비판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법안 시행일을 1년 6개월 후로 미룬 것에 대해서도 원안과 다르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당초 해외출장을 마치고 그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앞당겨 조기 귀국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주 출장차 출국하는 길에 "아직 법 내용을 모른다. 귀국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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