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55) 씨의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서적 10여점에서 이적성이 확인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9일 오전 미국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본부장 김철준)는 "김기종에게 압수한 서적과 간행물 중 30점을 외부 전문가 집단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10여점에 대해 이적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수사 공조를 하는 등 김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이달 6일 김 씨의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물품 219점 중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북한원전 등 30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여점의 이적물 중에는 지난 1973년 김정일이 직접 저술한 영화예술론과 주체사상 학습자료로 많이 이용되는 정치사상강좌 유인물 등의 사본과 원본이 포함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같은 문건을 집회나 헌 책방 등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적성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소지의 목적성 등을 입증하고, 이적 표현물 소지로 국보법 혐의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김 씨를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 김 씨가 그동안 종북활동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1999~2007년 7차례에 걸쳐 방북한 전력과 2011년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한 사실, 북한 관련 토론회를 수차례 개최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범행동기와 행적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김일성은 20세기 민족 지도자"라며 "일제하에 항일운동을 했고 3'8선 이북을 접수한 후 자기 국가를 건설해 잘 이끌어온 것을 봤을 때 20세기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 씨는 "우리나라는 반식민지 사회이지만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김 씨가 "지난 2010년 일본대사를 콘크리트 덩어리로 공격했을 때 별로 위협적이지 않아 (이번에) 칼을 준비하면 더 위협적일 것 같아 과도와 커터칼을 준비했다. 절제력을 잃어 범행했지만 살해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김씨가 최소 2회 이상 대사를 가격한 것으로 판단되며, 상처부위가 깊고 범행도구로 함께 준비한 커터칼 대신 위험성이 높은 과도를 선택한 점 등으로 미뤄 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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