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집 종업원 "신분증 보여주세요"…내년 10월 김영란법 시행 신풍속도
2016년 10월 어느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정치부 기자 A씨와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재선 국회의원의 4급 보좌관 B씨, 문체위 산하 기관의 대관업무 담당 C씨가 국회 분수대에서 만났다. 셋은 마흔둘의 동갑내기로 사석에서는 친구다.
A씨:뭐 먹지?
B씨:미행 없었어?
C씨:요즘 경찰들이 김영란법 시범케이스 찾는다고 난리다, 난리야!
A씨:N분의 1씩 낼까….(임금협상에서 동결된 상태)
C씨:그래도 한가위 이후 처음 만났는데 우리 정(情)이 그러면 쓰나…특선 먹자.
국회 주변 식당가는 천지개벽했다. 오미X, 동해△, 노조※, 이즈… 등 고급 일식집은 모조리 문을 닫았고, 창○, 프라임한▲ 등 정통 한우 고깃집은 미국산, 호주산 전문 식당으로 바뀌었다. 실내 디자인 개조도 한창이다. 3, 4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을 만들고, 커튼을 치거나 칸막이를 놓는다. 누가 옆에서 식사하는지 알 수 없도록 할수록 손님이 늘기 때문이다.
일식집이지만 대구탕을 전문으로 파는 일식집을 찾은 이들.
C씨:'영란 특선A'로 주세요.
종업원:영란 특선은 신분증을 주셔야 해요. 공무원증이나 기자증을 보여주세요.
A와 B는 신분증을 보여준다. 식당 어느 곳에 가도 '영란 특선'은 있다. 1만9천900원부터 2만9천900원까지다. 메뉴에는 소주 한 병이나 맥주 한 병이 포함되고 술 추가는 불가능하다. VIP 고객은 손님을 특정해 카드를 식당으로부터 발급받고 연간 300만원까지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 중간, 술이 모자란 이들은 추가로 술을 주문한다.
C씨는 "현금 계산하지 뭐. 판공비 넘쳐난다"고 기분을 낸다. A, B씨는 께름칙하지만 OK.
불안 사회다. 감시 사회다. 여의도 주변은 신고와 고발이 난무한다. 여는 야를, 야는 여를, 경찰은 기자를, 기자는 정치인을, 시민단체는 정부를 감시하고 고발한다. 정책에 관련해서가 아니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다.
누가 누구에게 큰 선물을 했다, 골프를 쳤다, 술을 먹었다, 2차를 갔다, 노래방에서 봤다…. 경찰은 업무가 마비된다. 밤새 쏟아진 김영란법 관련 신고로 방범 업무에는 일손이 없다. 정작 경찰도 감시 대상이다. 순찰 중 정차해 졸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하거나 하면 가차없이 신문고에 사진과 글이 올라간다. '공공의 적'이 됐다.
정치인 D씨는 머리가 아프다. 대학 총동창회장을 맡았는데 12월 송년회를 열 자리가 없다. 특급호텔은 정치인, 공무원, 기자, 교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는 아예 대관 자체를 않고 있다. 3만원짜리 값싼 메뉴로는 이윤이 남지 않아서다. 한가위 때 지인들에게 선물도 보내지 못했다. 선물이 마땅찮아서다. 할 수 없이 현찰을 찾아 일일이 다녀야 했다. 10만원이면 하던 선물을 30만원 현찰로 하려니 적자다.
이날 저녁 뉴스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5만원권 모습을 드러내다'라는 꼭지가 있다. 김영란법을 피해 카드 사용보다는 현찰 사용이 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 1년 6개월 동안 금고에 쌓였던 5만원권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정부는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루이비※, 샤○, 프라◇ 등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한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조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점포 운영 유지비도 채우지 못하자 인근 일본과 홍콩으로 점포를 옮긴다.
공직자라고 하면 공무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공단, 공사 등도 적용 대상이다. 시민 프로축구단도 대상이 된다. 시립병원, 도립병원도 마찬가지다.
'님비'(NIMBY) 현상도 심화한다. 쓰레기 매립장이 내 집 앞에 들어서기 때문이 아니다. E신도시 역세권에 행정자치부 산하기관이 들어서려 하자 인근 상가 상인들이 행자부 앞으로 몰려갔다.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생은 없다. 대기업은 공직사회로부터 정보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공무원들이 만나주려 하지 않는다. '직무 연관성' 해석이 어찌 될 지 모르니 만남 자체를 피한다. 그러면서 도청 활동이나 도둑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음성적 심부름센터가 는다. 접대비를 그쪽으로 쓰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정치권은 19대 대선을 준비한다. 내수를 살리는 경제활성화는 우리 당이 적임이라며 표를 호소한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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