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공구로 공구상 개업하려던 '가장의 꿈'

입력 2015-03-04 05:00:00

자택에 4개 방에 2천여 점 차곡, 중고 거래사이트서 판매하기도

3일 대구 중부경찰서 앞마당에서 경찰이 건설공구 전문 털이범이 훔친 공구를 진열한 뒤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3일 대구 중부경찰서 앞마당에서 경찰이 건설공구 전문 털이범이 훔친 공구를 진열한 뒤 살펴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지난달 26일 절도사건 수사를 위해 남구 대명동 용의자의 주택 문을 연 경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4개의 방이 80여 종, 2천여 점이 넘는 공구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공구들은 이 집에서 사는 A(45'무직) 씨가 모두 훔친 것이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3일 2013년 1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2년간 오토바이를 이용해 대구 곳곳에서 드릴, 발전기, 커팅기 등 시가 3억5천만원 상당의 건설 공구를 훔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2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인테리어 업체까지 운영했던 A씨가 공구 절도를 시작한 것은 2012년 부도로 운영하던 업체가 문을 닫고 난 이후부터다.

오랫동안 건설업계에 일했던 그는 건설현장에 다니는 차량이 문을 잘 잠그지 않아 공구 훔치기가 수월한데다 중고 공구가 수백만원까지 거래된다는 점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훔친 공구를 모아 중고 공구상을 개업할 목적으로 2013년 1월 남구 대명동에 월세로 얻은 주택에 훔친 공구를 차곡차곡 모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 인터넷 중고 공구 거래사이트에서 훔친 물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일같이 집을 나서고 생활비를 틈틈이 갖다주니 가족들은 A씨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줄 몰랐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약 30건의 중고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부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이미 처분한 물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압수한 공구 중 1천800여 점은 아직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혹시 도난을 당한 분들은 물건을 찾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