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오르고 설 겹쳤지만 물가 상승률 '석달째 0%'

입력 2015-03-04 05:00:00

소비능력 동난 서민 체감경기 갈수록 한겨울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지면서 내수부진이 확산되고, 수출'생산'투자'물가 등 주요 경기지표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저물가 현상이라고 해명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하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199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말 담배가격이 대폭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의 저물가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 효과 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더욱이 지난달엔 설 대목까지 끼어 있었음에도 소비자물가가 맥을 추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2월 한 달 동안 석유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줄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물가가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 유가 하락과 농수산물 가격하락 등 공급적인 측면 때문이지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지표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운운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의 근원물가상승률도 2.3%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외부 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도 둔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활동 활성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식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경제지표들은 정부의 뜻과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지난 1월 10% 줄었고, 수입은 16.9% 감소했다. 불황형 흑자가 진행 중이다. 1월 산업생산도 지난달보다 1.7% 감소했다. 2013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광공업생산도 3.7%나 줄었다. 1월 소비도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슈퍼마켓,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소매업체 판매가 부진했다. 설비투자도 자동차와 일반 기계류 등의 감소세에 따라 전월보다 7.1% 줄었다.

전문가들은 물가 하락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심리 위축이 확산될 수 있고, 그런 심리가 확대되면 내수경기가 더 침체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며 "정부나 한국은행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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