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뢰 원칙 저버릴수 없어" 실사 시기 앞당기는 것도 난색
대구 새 야구장의 운영권을 둘러싼 특혜 논란(본지 23일 자 1'3면 보도)과 관련, 계약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이재화 문화복지위원장은 "삼성의 반대급부가 너무 크다는 비판은 2013년 대구시와 삼성전자가 야구장의 사용 및 수익허가 계약을 맺은 이래 의회에서 계속 제기해온 사안"이라며 "내년 야구장 개장을 앞두고 계약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시의회 최길영 운영위원장은 "3월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생각"이라며 "행정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특혜 여부를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했다.
다수의 누리꾼도 본지 기사에 공감을 표시했다. 누리꾼들은 이날 '삼성은 완전 공짜로 (야구장 운영권을) 가져가는 것' '대구시가 일등기업 대표구단에 준 특혜' '서울 고척돔에 비하면 엄청난 대접' 등의 댓글을 달았다.
대구 지역 체육계도 계약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야구인은 "프로야구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대구시가 새 야구장의 각종 수익권을 삼성에 통째로 넘긴 것은 어리석은 일로 보인다"며 "계약을 해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재검토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특혜 시비를 불식하는 간단한 방법은 기존 계약의 해지이다. 대구시(갑)가 삼성전자(을)와 체결한 계약서에도 해지(제14조) 및 변경(제11조)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다. 해지의 경우 ▷'을'이 유지 관리를 중대하게 소홀히 하거나 목적에 현저히 위배된 운영을 했을 때 ▷계약의 효력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하고 명백한 사항을 위반했을 때 '갑'이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물론 '을'도 같은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권한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방안이다.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야구장의 운영 적정성을 따질 수 없는 노릇인데다 미래에 창출될 운영 이익을 가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안은 대구시가 '안전장치'로 걸어둔 계약의 변경 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제반 사정으로 인해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본 계약의 변경을 제안할 수 있다' '운영 수지 변동에 대해서는 운영 개시일로부터 10년 경과 후 실사 분석을 통해 협의'조정한다'는 내용이다.
대구와 비슷한 논란을 빚었던 광주는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실사 시기를 앞당긴 바 있다. 광주시는 2011년 기아자동차로부터 건설비 3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야구장 운영권을 25년간 허가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자 다시 논의에 나서 2013년 5월 '2년 운영 뒤 재협약'에 합의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야구장수익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는 항목도 함께 신설됐다.
계약 변경과 관련, 대구시와 삼성 라이온즈는 난색을 보였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계약은 상호 신뢰의 영역인 만큼 섣불리 계약 조건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감사원도 지난해 기관운영 감사에서 첫 실사 시기를 단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는 "광주의 경우 실사 시기를 앞당겼지만 'KIA가 광고'임대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손익 평가가 어렵다'는 새로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야구장 운영 비용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현재로서는 실사를 몇 년 미리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애초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의 논리만 고려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시가 삼성그룹의 투자 유치에 목을 맨 탓에 주인다운 요구를 하지 못한 게 시비의 발단"이라며 "최근 시민회관 리모델링, 이우환 미술관 건립 논란에서 보듯 책임감 없이 이뤄지는 닫힌 행정은 시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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