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고…TV가 맛있어졌다
먹고, 먹고, 또 먹는다. 표정과 표현이 절묘하게 매치돼 화면 너머 안방까지 그 맛을 전달한다. 지글지글~ 탁탁탁탁! 칼질과 불길이 번갈아가며 식욕을 자극하고 완성된 요리의 위엄이 지켜보는 이들의 입에서 탄성을 끌어낸다. 출연자들이 전하는 유쾌한 웃음은 덤이다. 요리하는 과정 또는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흔히 '먹방'(먹는 방송)이라 불리는 음식 소재 프로그램의 특성이다. 이 먹방이 고정 시청자층을 가지고 인기를 얻었던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안방극장엔 한층 더 진화된 형태의 먹방이 등장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요리 자체를 메인 소재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에 출연자들의 고생담을 곁들이거나 셰프들의 배틀을 더하며 입체적인 재미를 주기도 한다. 비전문가의 요리를 보여주거나 전문가를 극한의 상황에 두고 요리를 하게 만들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단순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의 형태, 또 맛집 순례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에 웃음까지 더하며 시청자들을 TV 앞에 모이게 만들고 있다.
◆먹방의 진화, 비전문가의 요리 시청자 이목 집중시켜
먹방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MBC '찾아라! 맛있는 TV'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첫 방송된 후 다양한 형태로 포맷을 바꿔가며 현재까지 전파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국 곳곳의 맛집을 돌며 점수를 매기고 MC들이 시골의 평범한 가정을 찾아가 지역의 맛을 소개하기도 한다. 전문 요리사의 시연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던 전형적인 요리 프로그램들의 뒤를 이어 먹거리를 예능의 소재로 활용하며 재미를 끌어내 큰 재미를 줬다. 전성기에 비해서는 밋밋해졌지만, 평균 6~7%대의 시청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찾아라! 맛있는 TV'를 비롯해 KBS의 'VJ특공대' '생생정보통' 등 지상파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맛집을 소개하고 찾아가 음식을 맛보는 등 기존 먹방의 형태를 고수하며 고정 시청자층을 만족시키고 있다.
반면, 비지상파의 먹방은 지상파보다 한발 더 시청자에게 다가서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표적인 예가 CJ E&M의 계열 올리브 TV다. 아예 '라이프 스타일 방송'을 표방하며 각종 음식 소재 프로그램을 론칭한 채널이다. 초기에는 인지도가 떨어져 일부 시청자들에게만 어필하는 데 그쳤지만,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 인기작을 내놓으며 고정층을 넓혀 인기 채널로 자리 잡았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외 이 채널의 인기 아이템 '테이스티 로드'는 박수진을 MC로 내세워 세 번째 시즌을 내놓고 있다. MC가 직접 맛집을 돌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먹방의 기본적인 재미요소를 고루 가지고 있는 콘텐츠다.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으로, 신동엽과 성시경을 MC로 출연시킨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스튜디오형 예능에서 진가를 보여주는 MC 신동엽의 현란한 진행과 성시경이 보여주는 의외의 요리 실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먹방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CJ E&M의 또 다른 채널 tvN이 내놓은 '수요 미식회'도 먹방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전현무와 김희철 등 스타들이 진행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홍신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등 패널들이 함께 자리해 소문난 맛집과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히 음식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있는 식당의 탄생 배경과 문화사적 의미까지 파악해 다양한 재미를 주고 있다.
최근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tvN '삼시세끼' 역시 먹방의 또 다른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 시즌까지 방송되는 동안 이서진'차승원 등 인기 스타들이 직접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요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맛볼 수 있는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 스타들이 '흔한 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모습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끌어내고 '흔한 음식'의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과 배틀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점을 결합하고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가감 없이 공개한다. 기본 형식은 연예인들이 스튜디오로 자신의 냉장고를 들고 나타나고, 셰프들이 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기반으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여기에 셰프들에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사용한다', 그리고 '15분 안에 요리를 마쳐 냉장고 주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조건이 주어진다. 어떻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몇 가지 제한사항만으로 프로그램은 풍부한 재미를 끌어낸다. 출연자들의 냉장고를 소개하며 자연스레 그들의 사생활이 공개돼 1차적인 재미를 주고, 또 셰프들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긴박감을, 그리고 요리가 완성되면서 시작되는 본격 먹방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비지상파 프로그램인데도 4%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먹방의 유행, 새로운 스타 탄생
먹방의 인기에 편승해 새로운 스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단 인기 셰프들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강레오가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통해 스타 셰프로 떠오른 후 각종 프로그램을 오가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뒤를 이어 최현석'정창욱'샘 킴 등 또 다른 셰프들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셀러브리티 대우를 받고 있다.
레이먼 킴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며 스타 셰프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요리연구가 이혜정도 요리 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전문가 중에도 먹방의 인기에 편승해 승승장구하는 이들이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김풍이 대표적인 사례. 인기 만화가로 이름을 알린 김풍은 오랜 자취생활로 익힌 요리 실력 및 음식과 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내세우며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셰프들이 만든 요리보다 비전문가인 김풍의 음식이 더 열띤 반응을 얻을 때도 있을 만큼 '맛'에 대한 감각이 좋다.
차승원도 '삼시세끼'에서 예상치 못한 요리 실력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김치를 담그고 회를 뜨고, 온갖 양념에 심지어 짬뽕과 막걸리까지 직접 만들어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처럼 먹방은 맛집을 찾아내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한다. 또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불러 그들의 실력과 지식을 알려주고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준다. 여기에 웃음과 적당한 긴장감까지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니 보는 이들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코와 입으로 충족시켜야 할 식욕이지만, 먹방은 눈과 귀를 자극하며 대리만족시켜준다. 특히나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을 스타들이 맛있게 먹는 장면을 만나게 되면 은근한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비록 고픈 배를 채워주기보다 군침만 삼키게 만들지만 보는 내내 탄성과 미소를 자아낸다. 정서적 포만감으로 충만한 이 먹방에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과장 홍보'와 '허위 평가'에 찌든, 일부 비뚤어진 먹방의 단면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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