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구개발(R&D) 투자의 갈등과 이슈

입력 2015-02-18 05:00:00

1961년 울산생. 서울고·한국외국어대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략기획실장
1961년 울산생. 서울고·한국외국어대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략기획실장

R&D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정책

탈락한 참여자에게는 불공정한 시장

부적절'중복성 등 갈등'이슈들이 상존

국가 R&D제도'시스템 지속적 혁신을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학, 연구소, 기업의 R&D를 지원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핵심 엔진 역할을 R&D가 담당한다는 기본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R&D를 통해 기술혁신을 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경쟁력이 확보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R&D의 특성상 투자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만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거에 따라 집행된 정부 R&D 투자에 대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당위성 정도는 정부 R&D 관리가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며 전문성을 지니는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R&D 관리의 '공정성'이란 공평한 참여기회의 보장, '투명성'이란 제도나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 '전문성'이란 선택과 집중으로 나타난 평가결과에 대한 피평가자들의 수용성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R&D를 직접 수행하는 모든 당사자는 본인 기술이 최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 R&D 사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기술자들에게 정부 R&D의 수혜가 돌아가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현실은 R&D 정책의 특성상 보편적 복지시책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R&D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탈락한 시장 참여자에게는 경우에 따라 불공정한 경쟁시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렇듯 정부 R&D 투자에 있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모든 시장 참여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R&D 관리의 세 가지 축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항상 중요하면서도 유효한 것이다.

정부 R&D 투자의 당위성과 관련되어 R&D 저변 확대 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갈등과 이슈들이 있다. 과제 기획자와 R&D 수행자가 같을 경우 제기되는 부적절성 문제, 정부 R&D 과제의 중복성 논란, 대기업 참여의 타당성, 지역과 수도권 지원의 불균형, 대학과 연구소와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비중의 적절성 등이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이러한 이슈들은 선진국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들이 R&D를 수행함에 있어 이러한 문제들을 중대한 장벽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마도 그 나라가 지닌 R&D 여건과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R&D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다양하고 기대수준 또한 높기 때문에, R&D 사회가 이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신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제기된 이슈들에 대한 대책들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적 수단과 적절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문제해결의 방향이라 생각된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에 중소기업, 대기업, 대학, 연구소, 지역, 수도권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개별적 이슈에 함몰되지 않고 정부 R&D 투자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 R&D 투자에 대한 명확한 성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R&D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렵거니와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방법상의 한계, 가시적 제품이 아니라 내재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기술적 성과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성과 입증 또한 어려운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R&D 투자의 당위성 확보를 위해 정부 R&D 성과 입증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필수적인 것이고, 아울러 국가 R&D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직접적인 R&D 이해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국민과도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부합되는 성숙한 R&D 문화가 조성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크고 작은 부정과 비리로 인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R&D 구성원 모두 각고의 노력은 물론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역할을 수행한다는 따뜻한 사회적 격려가 밤을 새워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대다수의 R&D 수행자들에게는 큰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호/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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