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쟤들이 나보다 낫네

입력 2015-02-12 05:00:00

주말 저녁, TV 뉴스를 보다 서울에서 '알바 노조'가 신촌 근처의 맥도날드 매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기사를 접하게 됐다. 이번 시위는 맥도날드가 손님이 없을 때 아르바이트생을 강제 조퇴시켜 시급을 깎아버리거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항목을 지키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항의와 근로조건 개선을 맥도날드에 요구하기 위해 벌인 것이다. 그 보도를 보면서 나는 혼잣말로 "쟤들이 나보다 낫다"고 중얼거렸다.

100% 동의를 얻진 못하겠지만 본 기자의 나이대인 30대 초반 청년들은 어른들의 말을 참 잘 들었다. 고교생 때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며 의대에 지원하는 똑똑한 이과 친구들이 넘쳐났다. '무조건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에 토익, 자격증 등등을 준비하느라 피를 토하는 노력을 했다. 적어도 6차 교육과정 끝물이었던 1983~85년생은 정말 세상과 어른들 말씀에 크게 반항하지 않고 살아온 세대들이다. 적어도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고민할 기회도, 여지도 없이 달려왔고, 그렇게 30대가 됐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달려온 결과를 돌아보니 참담하다. 교육 당국의 말을 너무 잘 들은 우리 세대는 '건국 이래 최저학력(83년생)' '단군 이래 최저 학력(84년생)' '유사 이래 최저 학력(85년생)'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수능 결과를 받았다. 대학 시절, 우리 세대는 어딘가로부터 '전문성도 패기도 없는 인력'이라며 꾸짖음을 들었고 또 어딘가에서는 '사회 문제에 전혀 관심 두지 않는 세대'라고 우리 세대를 욕했다. 안정된 직업을 찾겠다고 의대, 법대 간 친구들도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공익법무관이나 공중보건의 등 대체 복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모양이었다. 개업을 하게 되면 곧 정글에 던져진 것과 같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 내 친구들 중 청첩장을 보낸 남자 녀석들은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 3명밖에 없다.

알바 노조 시위 기사를 보면서 너무 얌전하게 보낸 나의 20대가 부끄러웠다. 세상에 아직도 많은 부조리가 있고, 대학물까지 먹었다면 적어도 세상에 찍소리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생각으로 그쳐버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보다 더 어린 후배들은 저렇게 자발적으로 모여 세상에 맞서려고 하는데, 나는 20대 때 왜 그리 숨죽여 살았을까. 이런 세상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어른들과 뜨겁게 부딪쳐 볼걸.

그래서 그런지 요즘 대학 후배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미안하다'다. 이렇게 20대 청년들에게 힘든 세상이 될지 모르고, 그 폐단을 미리 공부하지 않은 채 어른 흉내 내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20대 후배, 아직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내 친구들을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나 또한 그 수많은 '미생'들 중 하나인지라 뾰족한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 후배들 밥 사달라, 술 사달라 하면 기꺼이 신용카드를 긁어주는 것부터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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