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내자면 끝이 없으니,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명절 때만 되면 '며느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들에게 일어나는 증상이다. 차례 음식 장만은 물론 대가족의 밥상과 손님 술상을 마련하느라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다. 요즘은 며느리 못지않게 시어머니도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도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해결책은 없을까.
◆누구나 시달리는 명절증후군
▷며느리 명절증후군= 며느리들은 명절 때면 차례 음식은 물론 식사마다 밥상과 손님 술상을 마련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설거지를 끝냈나 싶으면 금세 또 상을 차려야 한다. 남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앉아서 상을 받으면서도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연휴 기간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나면 명절이 닥치기 전부터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머리부터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다.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픈 '명절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때로는 불안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가 된다. 실제로 명절이 가까워지면 많은 며느리들이 불안과 초조, 우울, 불면, 두통, 위장장애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정서적 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우울증 증세로 발전할 수 있다. 대구효제부부가족상담센터 김미애 소장은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 현상"이라며 "강도 높은 가사노동, 부족한 휴식,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분노와 좌절이 더해져 자칫 가정 불화로 확대되기도 한다"고 했다.
▷시어머니 명절증후군=며느리만 셋을 둔 김분임(가명'67) 여사는 명절 때면 며느리 눈치를 본다. 며느리가 집안 살림을 보고 흉을 보지 않을까 해서 집안일을 더 신경 쓰게 된다. 대청소를 하고 아들, 며느리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라도 더해 놓으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김 여사는 "예전 우리는 시어머니 눈치를 봤지만, 요즘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약점 안 잡히려고 신경을 쓴다"고 했다. "며느리에게 아들 입맛에 맞는 음식 한 가지 가르치려는데 잔소리한다고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지요."
요즘은 부모님이 명절 준비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젊어서는 시어머니 시집살이를, 나이 들어서는 며느리 시집살이를 한다고 느끼면서 억울한 감정에 휩싸이는 이들도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명절 이후 화병이나 노인성 우울증이 많이 발생한다. 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지만 막상 같이 있다 보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금세 힘에 부친다. 명절 이후에는 갑자기 텅 빈 집에 홀로 남았다는 적막감과 허전함에 멍하니 있기 쉽다. 김 여사는 "그러고도 아들 내외가 가고 나면 집안이 텅 빈 것 같아 가슴 한쪽이 휑해진다"고 했다.
▷남편 명절증후군'싱글 명절증후군=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치여 속앓이를 하는 '남편 명절증후군'도 있다. 공무원 김인수(가명'43) 씨는 명절만 되면 아내가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비쳐 짜증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 씨는 "아내가 어머니에게 하는 것을 지켜보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참다가도 어느 순간 욱하고 화를 내면 번번이 부부싸움으로 번진다"고 했다.
노총각 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오고 있는 박영수(38) 씨 역시 다가오는 설이 반갑지만은 않다. 몇 년 전부터 명절 때만 되면 으레 결혼하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의 경우 결혼이 늦어 겪게 되는 '싱글 명절증후군'이다.
◆함께 노력해야 극복
명절증후군이 나타나면 대부분 그냥 참고 견딘다. 하지만 무조건 참기만 하다 보면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 김미애 소장은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므로, 모든 과정을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남편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보기와 음식 장만, 설거지, 청소 등 가사를 분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남편들은 명절을 전후해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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