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진다고 하지만, 실은 밝아지기도 한다. 남들은 모르는, 내 사랑의 대상 그 자신도 모르는,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그의 매력을 내 눈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내 눈이 밝아진 덕분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때 우리 몸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것도,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그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것도 도파민 덕분이다. 사랑에 빠지면 몸에서 도파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반복적으로 분비된다. 연인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다가도 상대의 무관심에 맞닥뜨리면 하늘이 무너진 듯 절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불 같은 사랑은 여름날 두부처럼 쉽게 상한다. 불 같은 사랑이 끝난 뒤에, 그 혹은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어도 도파민도 아드레날린도 분비되지 않을 때에도 사랑할 수 있을까? 흔들림 없는 차가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때에도 상대에게서 어떤 매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불같이 뜨겁지 않으나 모성행동을 유발시키는 옥시토신처럼 따뜻하고 은은한 무엇 말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들은 서로 결혼생활에 적합한 상대를 만난 셈이다.
요즘 매주 한두 건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신랑신부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저들은 끝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할까?'라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곤 한다.
'내 결혼생활은 비참할 거야' 예단하면서 결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장래에 반드시 이혼하고 말 거야' 다짐하면서 결혼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사람 중 3분의 1이 이혼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한국의 이혼율은 미국, 스웨덴에 이어 세계 3위라고 한다. 물론 행복한 부부들도 많지만 그야말로 운 좋은 사람들이다.
부부는 이해와 배려, 신뢰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해와 배려, 신뢰는 어느 부부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부부간의 허물없는 대화로 옥시토신처럼 따뜻하고 은은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른바 금슬 좋은 부부들은 대화를 통해 옥시토신 획득에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운 좋게도 옥시토신을 부여받았기에 찻잔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옥시토신을 부여받지 못한 부부들이 찻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으면 십중팔구 싸운다.
좋은 남자가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스러운 여자가 좋은 아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은 눈부신 연애가 아니라 밋밋한 생활의 시작이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사랑의 감정이 불타오를 때는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다. 결혼은 불 같은 사랑이 지나간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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