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길거라던 평해, 온정면에 3표차 패배

입력 2015-02-11 05:00:00

울진 기숙형 중학교 유치전…민간위원 구애 온정면 역전승

평해중'평해여중'기성중'온정중 등 울진 남부지역의 중학교 4곳을 기숙형 신설 중학교(가칭 울진남부중학교)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평해읍과 기성면, 온정면이 벌인 불꽃 튀는 유치전은 한 편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300억원 특별 지원을 두고 3개 읍'면이 사활을 걸고 벌인 유치 총력전은 명승부 끝에 온정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초 교육과 교통 여건 등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평해읍의 낙승이 점쳐졌다. 공교롭게도 임광원 울진군수와 이세진 울진군의회 의장, 남부지역이 선거구인 황이주 경북도의원의 고향이 평해읍이어서 싱거운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이 의장이 학교 예정지를 선정하는 민간추진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해 평해는 날개를 다는 듯했다.

그러나 9일 민간추진위원 44명의 투표 결과에서 온정면은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연출했다. 1차 투표에서 평해읍과 온정면은 각각 15표, 기성면은 14표를 얻었다.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는 '23대 20'(기권 1표)으로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온정면 주민들은 환호했고 뜻밖의 일격을 당한 평해읍은 허탈감에 빠졌다.

3개 지역 중 유치활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온정면 지역민들은 사정이 비슷한 기성면과의 연대에 주력했다. 또 민간추진위원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지역 내 초'중학교 교장들에게도 집중 구애를 펼친 게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학이 필요없는 기숙형 학교인 점을 감안, 학교 예정지와 인접한 서화산 일대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내세워 '숲 속의 학교'가 될 것이라고 홍보한 전략도 효과를 봤다.

이번 학교 예정지 선정 결과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탈락 지역의 반발과 지역 간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투표결과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우위가 아니고 팽팽한 백중세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개 지역 대표들이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는 협약서를 사전에 체결했기 때문에 후유증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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