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인정 받아 대구경북 물량 독점…택배 강자 '진성물류'

입력 2015-02-10 05:00:00

진성물류는 도급과 간선, 집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택배업계에서 신뢰도가 높다.
진성물류는 도급과 간선, 집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택배업계에서 신뢰도가 높다.
구자술 대표
구자술 대표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과감한 창업과 투자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택배업계에서 대기업만큼 큰 역할을 하는 곳이 '협력업체'다. 지역의 물류센터를 위탁관리하면서 택배의 원활한 분류, 집하가 이뤄지도록 돕기 때문이다.

㈜진성물류는 국내 최대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의 대구경북 지역 물류센터 14곳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강자'다. 이곳 구자술(48'사진) 대표는 안정보다 도전과 투자로 회사를 키워냈다.

◆중퇴자의 반란

구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방황의 길에 빠져 학교를 뛰쳐나왔다. 공부는 뒤로한 채 친구들을 만났고 갖은 험한 일도 경험했지만 지금은 번듯한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일찍 방황하고 나서부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지금의 회사도 수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버틴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야간 대학에 입학한 구 대표는 전산회계를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의 첫 직장은 새마을금고였다. 그곳에서 금융 업무를 익힌 그는 1992년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융자팀에서 근무하며 연봉 7천만원을 받았던 그가 물류업에 뛰어든 것은 후배의 보증 때문.

"후배에게 1억원 보증을 섰는데 일이 잘못돼 이 돈을 제가 다 갚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아내한테 비밀로 한 보증이어서 말도 못 하고 있었죠."

이 빚을 갚기 위해 구 대표는 회사를 마친 뒤 저녁마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현물류에서 부인 몰래 일을 하면서 돈을 갚아가던 중 마산으로 발령받았다. 당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오자 구 대표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마산으로 이사 가려면 이에 따르는 부대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대현물류 측에서 경리과장을 제안해 왔습니다."

2003년 구 대표는 대현물류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 차이가 꽤 있었지만 구 대표는 택배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자신감을 무기로 그는 열심히 일했다. 이때 실력을 인정받아 대현물류의 협력업체인 ㈜다연의 소장 자리까지 올랐다.

구 대표는 "택배 현장의 주요한 일들은 다 맡아봤다"며 "이때의 경험과 노하우가 지금 진성물류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위기 속 과감한 투자 결정

구 대표가 진성물류를 설립한 것은 다연이 부도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장 일자리가 없어지는 격이었다"며 "그때 주변에서 이곳을 인수해 잘 키워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수를 결정한 구 대표는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끌어모아 4억원을 마련했다. 본격적으로 택배업 '사장'이 된 것. 상호를 진성물류로 바꾼 구 대표는 협력업체로서 지역 물류센터 관리에 신경 썼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다. 4억원의 자금으로 시작한 일이 계속해서 자금난을 겪게 된 것.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할지, 일을 접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다시 빠졌다.

구 대표는 "이왕 하기로 한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3억원을 더 모아 투자했다"며 "이때 투자하지 않았다면 지금 회사로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을 하면서 구 대표는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전산회계를 전공하면서 배운 기술과 택배업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깨친 노하우를 접목해 물류센터의 상하차에서 오류를 최소화했다. 직원과 차량의 배차를 체계화시켜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구 대표는 "택배라는 것은 한 번의 실수로 고객 100명을 잃을 수 있는 일이다"며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물류센터를 맡긴 고객사로부터 인정을 받는 최선의 길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진성물류를 대한통운의 대구경북권 택배 물량 독점 위탁자가 되도록 이끌었다. 구 대표는 "대기업 택배회사의 협력업체가 하는 주요 업무는 택배회사의 지역 물류센터를 위탁관리하는 '도급'과 차량을 관리하며 택배 물량을 전국으로 내보내는 '간선' 두 가지다. 또 간혹 택배 물건을 소비자에게 보내는 집하대리점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협력업체는 거의 없다. 대부분 한 가지 일만 위탁관리한다. 하지만 진성물류는 도급과 간선 두 가지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명절 등 특수철에는 집하일도 맡아서 한다.

◆대기업에서도 '만족'

진성물류가 대구경북 택배업계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중 대한통운과 CJ가 손을 잡게 되면서 구 대표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협력업체를 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대한통운에서는 우리 회사의 실력을 인정해 준다지만 CJ에서는 우리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우리도 CJ 쪽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으니 불안할 수밖에요."

구 대표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진성물류의 가치에 대해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CJ대한통운은 대구경북권 택배 물량을 진성물류에 맡겼다. 현재 진성물류는 대구시 동구에 임차사업장을 두고 CJ대한통운과 운송위탁계약 및 택배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갱신하는 계약에서 진성물류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진성물류는 도급과 간선, 집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협력업체"라며 "늘어나는 물량에 대해서도 오류를 최소화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구 대표는 전성물류의 영역을 확고히 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으로의 도전도 고려 중이다. 그는 "택배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위기가 많다"며 "진성물류의 장점은 살려두고 안정적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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