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전 대통령 묘에 문대표 "참배", 최고위원 "난 싫소"

새정치 최고위원 일부 격렬 반대…새누리 "환영…노대통령 묘 답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파격 행보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는 9일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역사 끌어안기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여야의 반응이 대조적이다. 전날 전면전을 선언했던 여권으로부터는 환영을 받았다. 오히려 '통합'과 '화합'이 시급한 당내가 시끄러워졌다. 이념논쟁에 불이 붙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자신을 방문한 문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답례로 조만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며 "당연한 일이 뉴스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야당 지도부는 다시 한 번 성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는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다. 새로 취임한 최고위원 가운데 일부가 두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에 반대하며 대표와 일정을 함께하지 않았다.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최고위원단은 아예 참배를 하지 않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전날 간담회에서 밝힌 입장대로 현충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비난 수위를 더욱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말살, 대선 부정을 저지른 정권에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잡는 건 당원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비판에 더욱 날을 세웠다. 노회찬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면 현충원 무명용사탑과 보라매공원의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을 참배하면 족하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떨어져 나온 호남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국민모임은 더욱 강경했다. 국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역사에 대한 모욕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