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증세냐 복지 재설계냐 선택해야

입력 2015-02-09 05:00:00

박근혜 대통령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거의 종교적 믿음으로까지 굳어진 것 같다.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에서 "지금 증세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의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도 좋을 뿐만 아니라 세수(稅收)도 늘려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증세 논의를 겨냥해 '증세 없는 복지'라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구상은 실현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아마 세계 모든 나라가 박 대통령의 성공을 배우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는 지금까지 성공한 예가 없다. 일본 민주당이 이를 시도했으나 처절하게 실패했다. 이런 사실을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것이 박근혜정부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했지만 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는 복지 확대는 증세가 아닌 우회로를 통해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도 늘리고 국민에게 복지 비용의 부담도 지우지 않고 복지 확대를 해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은 그 자체로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복지를 늘릴 수 있다면 왜 북유럽의 복지 모범국가가 '고(高) 부담-고(高) 복지'라는 선택을 했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을 만들려면 증세를 하든가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이 중 빚을 내는 것은 복지를 위해 과도한 빚을 낸 뒤 결국 갚지 못하고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그리스가 보여주듯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을 것이냐 아니면 '무상'위주의 보편적 복지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만큼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로 재조정하느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길은 없다. 국민은 이를 알고 있었으나 박 대통령과 야당만 모르는 것 같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고집은 자신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는 말의 성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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