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장학금 받고 수석 졸업
"어린 시절 무엇 하나 선택할 수 없는 힘든 환경이었지만 모두 제가 견딜 만한 고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달 6일 열린 구미대 학위 수여식에서 수석 졸업생으로 재단이사장상을 받은 정예림(27'작업치료과) 씨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오랜 외로움을 딛고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기까지 정 씨는 참으로 고단한 여정을 거쳤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는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이직이 잦았고, 정 씨는 홀로 친척집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았다.
힘겨운 가정 형편을 일으키기 위해 정 씨는 구미전자공고에 입학했고, 고교 3학년 때 일찌감치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자 관련 업체에서 하루 2교대로 근무하며 묵묵히 일을 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급여가 더 많은 직장도 찾아다녔다. 그에게 있어 눈앞에 닥친 '생계'를 잇는 일 외에 희망이나 여유는 사치일 뿐이었다.
정 씨는 "어느 날 문득 회의감이 밀려왔다"고 했다. 생계 때문에 밤낮없이 일하는 자신의 미래에서 더 이상 꿈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취업도 쉽고, 전문직으로 제대로 대우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작업치료사'였다.
뒤늦게 책을 다시 잡은 그녀는 지난 2012년 구미대 작업치료과에 입학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고, 틈틈이 노트 정리와 의학 용어를 외웠다. 숨돌릴 틈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정 씨는 대학 3년간 학과 수석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학비를 아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3년간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학교에 낸 등록금은 학생회비 몇만원이 전부였어요." 지금도 정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의 빚을 조금씩 갚고 있다.
친인척도 왕래가 거의 없어 제사나 차례를 지내본 기억도 가물거린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는 제주도에 직장을 구해 자주 만날 수도 없다. 졸업을 축하하러 찾아온 아버지도 2년 만에 만났다.
정 씨는 수석 졸업과 함께 국가고시에 합격해 당당하게 작업치료사가 됐다. 정 씨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전공심화과정 야간에 편입해 주경야독할 생각이다.꿈은 더 있다.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더 공부하고 훌륭한 전문인으로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1학년 때 글로벌학습단으로 캐나다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고 2학년 때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통해 꿈을 구체화했다.
정 씨는 "그동안 좌절과 절망이라는 유혹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추슬렀다"면서 "이제 지금까지 꿈꿔온 삶의 뒷페이지를 열겠다"고 말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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