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가서 소금 공부" 영천 산자연中 장관상 수상 비결

입력 2015-02-09 05:00:00

"단순 관광보다 현장 교육 초점" 밀 공장·쓰레기 정화 활동 코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7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7월 '산지여정' 프로그램에 참가해 전라도 신안 일대에서 염전 체험을 하고 있다. 산자연중학교 제공

영천에 자리한 대안학교 산자연중학교가 독특한 수학여행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산자연중학교는 2003년 시작된 오산자연학교가 모태다. 2007년 산자연학교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으로 대안교육을 시작했고, 지난해 학력 인정학교로 새 출발했다. 현재 30여 명의 학생들이 자연과 호흡하며 중학교 교육과정을 배우고 있다.

산자연중학교는 최근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최한 '수학여행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은 안전하고 교육적인 수학여행을 확산시키기 위해 현장의 다양하고 우수한 사례를 발굴, 소개하려고 만든 행사다.

산자연중학교의 수학여행 프로그램은 이름부터 색다르다. 이곳은 수학여행이라는 이름 대신 '산지여정'이라는 이름을 쓴다. 이 말은 '산지'(産地)와 '여정'(旅程)을 합성한 것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의 생산지를 찾아 좋은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곳을 찾아 생태계 순환 원리를 몸으로 느껴보는 교육과정이다. 이에 따라 공모전 주최 측에 제시한 사례 제목도 '우리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산지여행'이라 붙였다.

지난해 '산지여정'은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라도 구례와 신안, 증도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우리 밀 생산 가공 공장 견학을 비롯해 ▷우리 밀에 대한 강의 수강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종 복원 기술원 견학 ▷해양 쓰레기 정화 활동 ▷갯벌생태와 염전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양성준(2학년) 학생은 "산지여정 수업 전에는 우리 밀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 수업을 통해 우리 밀은 물론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곳 이주형 교사는 "산지여정은 우리 학교가 자랑할 만한 특성화 교과"라며 "지금의 학교 수학여행은 '수학'(修學)보다 '여행'(旅行)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은 가운데 '산지여정'은 그 균형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산자연중학교가 올해 계획 중인 '산지여정'의 주제는 '로컬 푸드를 찾아서'다. 전라도 완주, 충청도 서천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이곳 교장인 이영동 신부는 "우리 학교의 수학여행 프로그램인 '산지여정'은 생명사랑 교육으로 자연의 순환 원리를 깨닫는 과정"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느림'을 배우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에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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