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은 2015년 맞은 대구경북 천주교
대구경북지역 곳곳 천주교 성지, 성당, 수도단체가 뜻 깊은 2015년을 맞는다. 순교자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성지, 순례는 물론 가벼운 여행 목적으로 방문해도 좋은 성당, 천주교가 지역에 뿌리내릴 때 가난한 자들에게 먼저 손 내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수도단체 등이다.
◆이윤일 요한 성인 탄생 200주년
우선 을해박해(1815)가 올해 20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시복식을 열어 복자가 된 대구대교구 순교자 20위 중 11위가 바로 을해박해 때 순교했다. 또 올해는 대구대교구의 제2주보성인인 이윤일 요한 성인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하다. 순교자 복자들과 이윤일 요한 성인의 흔적을 모두 담고 있는 관덕정순교기념관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주목받는 까닭이다. 앞서 관덕정순교기념관은 지난달 12~21일 '은총과 영광의 200년'이라는 주제로 제24회 이윤일 요한제를 개최하고 의미를 되새겼다.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가실성당 설립 120돌
우선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에 있는 가실성당이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는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15번째로 지어진 성당인 이곳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며, 대구대교구 내에서는 1895년에 지어진 계산성당 다음으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23년 프랑스의 박도행(프와넬) 신부가 설계했다. 박 신부는 계산성당 등 대구대교구 초기 건축물들을 대부분 설계했다. 건축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가실성당 본당 건물 및 구사제관이 현재 지방유형문화재 348호로 지정돼 있다. 신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근대 건축사 및 교회사적 가치가 크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까닭은 한국전쟁을 무사히 거쳐서다. 사실 칠곡지역은 낙동강을 두고 국군과 북한군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다. 가실성당(당시 이름은 낙산성당)도 국군이 점령했다 다시 북한군이 차지하길 반복했는데, 양측 모두 이곳을 훼손하지 않고 야전병원으로 썼다. 2004년에는 권상우와 하지원 주연 영화 '신부수업'이 촬영돼 유명세를 탔다.
가실성당은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칠곡군이 국비 29억원을 투입해 조성하고 있는 '한티 가는 길'의 출발지로 또 한 번 주목받을 전망이다. 칠곡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숲길로 가실성당~신나무골~창평저수지~동명성당~가산산성~한티순교성지로 이어지는 모두 42.9㎞ 구간이다. 19세기 초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하기 위해 한티로 가던 길이다. 가실성당 뒤편 야산에 있는 '십자가의 길'이 그 첫 코스다.
이 밖에도 가실성당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안나'(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를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성당이라 역시 유일하게 안나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안나상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석고상이다. 또 독일 색유리 화가 에기노 바이네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며 예수의 일생을 담은 14개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 내부를 둘러싸고 있고, 국내 성미술 작가 손석기가 그린 '십자가의 길' 10여 점도 함께 전시돼 있다. 1926년에 설치됐으며 여전히 미사 전에 치고 있는 안나 종, 전동식 등을 쓰는 다른 성당들과 달리 파라핀을 채워 넣어 쓰는 감실등도 가실성당만의 매력이다.
◆100년 전 가장 낮은 곳 살핀 수도단체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수녀원이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곳은 1915년 대구대교구 초대 교구장 안세화(드망즈) 주교가 지었다. 당시 노인과 고아 등을 돌볼 수녀가 필요해 프랑스 성바오로 수녀원에 파견을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프랑스에서 온 수녀들이 활동할 시설로 건립된 것이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은 대구의 불교'기독교'천주교'유교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근대골목투어 5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에 포함돼 있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는 지난 2013년 10월에 옛 성당을 복원하여 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역사관에는 대구의 천주교 역사와 특별히 수녀회의 역사자료로 보존해 온 자료들을 전시하여 세상의 복음 선포자로 살아온 선배 수녀들의 삶을 기리고 수도 공동체와 역사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하느님 나라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살아가도록 재촉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돼 있는 이 역사관은 1927년 9월 30일 초대 대구교구장 드망즈(Demange : 안세화) 주교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본관 우측면의 아케이드(Arcade)에서 북쪽으로 이어 증축한 성당으로 성녀 소화 데레사를 성당 주보로 모셨다. 1975년 수녀원 설립 60주년을 맞아 성당 왼쪽 건물을 확장시켰다. 1988년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새 기념성당을 신축하여 이전한 후로 옛 성당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다가 대구수녀원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2013년에 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예수성심시녀회는 설립 80주년을 맞는다. 프랑스에서 온 남대영(루이델랑드) 신부가 1935년 예수성심시녀회의 모체인 삼덕당을 영천에 설립하고, 병든 할머니 한 분과 고아 두 명을 데려다 함께 생활하며 각종 사회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예수성심시녀회는 대구에서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을, 포항에서 성인여성장애인시설 마리아의 집과 노인전문요양시설 햇빛마을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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