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박물관 관장 윤영숙 씨
◇청도 와인터널 인근에 위치…수집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
"개구리 없는 세상은 생각도 못해요. 개구리 때문에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반평생을 개구리에 푹 빠져 살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개구리 꿈을 꾼다는 '못 말리는 개구리 엄마'가 청도에 터를 잡고 박물관까지 열었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 인근에 자리 잡은 개구리박물관에는 관장 윤영숙(56) 씨가 25년 넘게 수집하고, 직접 만든 개구리 모형 5천여 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해 찻집을 겸하는 박물관은 개구리 오케스트라 악단, 춤추는 개구리, 운동하는 개구리, 섹시 개구리 등 온갖 종류와 자세의 개구리가 총망라돼 있다. 도자기, 뜨개질실, 천, 점토 등 다양한 재질로 된 개구리들의 기상천외한 표정들이 압권이다. "어릴 때부터 초록색, 연두색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전에 살던 구미 집의 커튼은 물론이고, 현관이며 가전제품도 초록색이었죠. 40여 년 전 친척이 선물한 초록색 왕눈이 개구리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왕눈이는 우리 집 보물 1호가 됐죠."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윤 씨는 법원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결혼 후 남편 직장이 있는 구미로 옮겨왔다. 개구리를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는 조금씩 수집하다가 25년 전부터 본격 수집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이때부터 개구리가 있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나섰고, 그곳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섹시 개구리'는 미국 업체에 주문 제작해 3개월에 걸쳐 배를 타고 청도까지 왔다. 경매장에서 5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옛날 개구리 모형을 손에 넣기도 했다. 경기도 여주의 한 팥빙수 집에 있던 이색 개구리는 몇 차례나 찾아간 끝에 간신히 주인을 설득해 사들였다.
제주공항 면세점에 특이한 개구리가 있다는 친구의 말을 전해 듣고는 이튿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가 개구리만 구입해 돌아오기도 했다. 이런 윤 씨의 수집벽을 잘 아는 지인들은 중국'태국 등 외국을 드나들 때마다 신기한 개구리가 발견되면 선물하곤 할 정도다.
윤 씨는 최근 직접 개구리 모형 제작을 시작했다. 도자기공예와 뜨개질에 나선 것이다. "한 번 빠지면 누가 와도 모를 정도입니다.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고, 소파는 편히 앉는 곳이 아니라 잠깐 기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자신을 달달 볶는 별난 성격이에요."
윤 씨는 구미에서 청도로 이사를 오면서 꿈에 그리던 박물관을 마련했다. 그동안 온 집안 구석구석을 초록빛으로 장식하던 개구리를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제발 평범하게 살아보자던 남편과 아들도 못 말리는 개구리 엄마의 꿈 앞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5천 점이 넘는 전시물이지만 한 번 휙 둘러만 봐도 어느 개구리가 사라졌는지 알 정도라고 한다. 이사 도중 사라진 개구리 때문에 풀어놓은 짐을 헤치며 사흘간 울며 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런데 윤 씨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도 창고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한 개구리 작품을 1년쯤 뒤에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작품 활동도 5년쯤 이어갈 작정이다. "개구리박물관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지 않습니까? 청도에 지금보다 훨씬 넓은 박물관을 지어 테마별 스토리가 있는 전시관을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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