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고경산단 뒷북 수사, 사기꾼은 다 잠적했는데…

입력 2015-02-06 05:00:00

도·영천시도 뒤늦게 실태 파악

경북도와 영천시가 5일 고경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및 부지 입구에
경북도와 영천시가 5일 고경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및 부지 입구에 '사기피해 주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민병곤 기자

영천 고경일반산업단지(이하 고경산단) 조성 사기사건(본지 3일 자 6면, 4일 자 5면 보도)과 관련,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고, 경상북도와 영천시는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 관련 피해 고소는 모두 2건이다. 고경산단 하청업체에 투자하면 매달 수익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5천만원을 건넸지만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손해를 입고 있다며 포항의 P업체를 고소한 고소장이 지난달 6일 접수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470억원 규모의 벌목 및 발파 공사 재하청을 주겠다며 계약금 1억900만원을 받은 뒤 종적을 감춘 인천의 Y업체에 대한 고소장도 접수됐다.

경찰 수사에서 고경산단 시공사인 우평은 아직 어느 업체와도 하청계약도 맺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포항과 인천의 건설업체는 고경산단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업체인 셈이다. 이들이 투자 및 계약을 체결할 당시 내세운 하도급 계약서도 도장을 위조하거나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연락을 끊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하청업체를 사칭한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자세히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해결의 열쇠는 두 건설업체가 쥐고 있다"고 했다.

인천의 Y업체에게 사기를 당한 경기도 광주의 A씨는 "처음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을 때만 해도 (내가) 하도급 공사를 허위로 준 업체 관계자들과 자주 만났다는 이유로 경찰이 제때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며 "결국 사기꾼들이 도망치고 말았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와 영천시 산업단지 개발 관계자들은 4일 영천시청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고경산단 착공을 앞당기도록 시행사를 독려하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들은 이날 고경산단을 방문해 시행사에 공사 진행을 독촉했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갔다. 영천시는 5일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경산단 진입도로 및 부지 입구에 '사기피해 주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편 4, 5일 전남 여수 등지에서도 "고경산단의 흙을 가져가 매립에 이용할 수 있다며 1억원에 계약하자는데 믿을 수 있느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시행사 측에 이어지고 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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